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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하늘에 맡긴 김재범-사재혁 '동갑내기의 꿈'

by 하성룡 기자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하늘을 감동시켜야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긴 27세 동갑내기 두 남자가 있다. 남자 유도 81㎏이하의 김재범(한국마사회)과 남자 역도 77㎏급의 사재혁(강원도청).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김재범은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사재혁은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하지만 곳곳이 가시밭길이다. 온 몸에 성한 곳이 없다. 올림픽 전에 당한 부상도 전력 노출을 염려해 숨기고 훈련에만 열중했지만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이들의 인내는 하늘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일단 마음을 비웠다. 결전의 날이 하늘의 뜻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유도의 간판인 김재범선수가 24일 오전(현지시간) 런던 외곽의 브루넬대학 훈련캠프에서 현지적응 훈련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20120724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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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 한 다리로 세상을 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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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은 4년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병원 검진을 받았다. 간수치가 두 배 이상 높았다. 쉽게 피로해지는 가운데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8강과 4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을 치른 끝에 결승에 안착했다. 그러나 끝내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 김재범은 이후 지옥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다시 우뚝 선 그는 2010~2011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하며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로 런던에까지 입성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다친 왼쪽 무릎 인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발기술을 하려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말 입은 왼쪽 어깨 인대 부상, 팔꿈치 부상 등으로 왼쪽이 성치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4년전 아픔을 되풀이 할 수 없다. 오로지 금메달을 향한 일념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오히려 간절함은 쓰라린 부상마저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었다. "어깨부상이 오래 돼서 한 팔로 유도하는데 익숙해 졌다. 지금 와서 부상을 얘기하면 핑계를 대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부상 때문에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게 된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경기를 잘 끝내고 나서야 '아팠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고통을 참아내는 그의 노력이 하늘에 닿긴 했나보다. 대진운이 좋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세계랭킹 2위 레안드로 길레이루(29·브라질)와는 결승에 오를 때까지 만나지 않는다. 또 베이징올림픽에서 악몽을 안겨줬던 올레 비쇼프(33·독일)와 세계랭킹 4위 나카이 다카히로(22·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 그의 출사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땀은 흘릴 만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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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D-3일을 남겨두고 남자 역도 대표팀 사재혁이 런던 히드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최근 허리 부상으로 올림픽 2연패에 빨간불이 켜진 사재혁은 금메달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 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사재혁.20120724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입에 욕을 물고 고통을 든다

항상 표정이 밝다. 훈련장에서 만나도 시합장에서 만나도 유쾌한 기운이 온 몸에 흐른다. 당장 경기를 앞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는 기색이 별로 없다. "긴장될 줄 알았는데 아직 긴장이 안된다. 기분은 편안하다." 사재혁의 런던 입성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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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유쾌함 뒤에는 남모를 고통이 숨겨져 있다. 말 그대로 부상 병동이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5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 무릎과 손목, 왼쪽 어깨에 이어 어깨 힘줄까지 모두 칼을 댔다. 부상을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서 런던을 별렀다. 그런데 지난달 부상 악몽이 다시 그를 괴롭혔다. 엉치와 척추뼈 사이가 벌어지면서 염증이 생겨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3주 동안 바벨을 내려놓아야 했다. '속성'으로 마무리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지만 100% 준비된 상황은 아니다.

부상에 이골이 나 아쉬워할 틈도 없다. 오히려 그가 꺼내든 '히든 카드'는 '투혼'이다. 사재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욕을 입에 물고 훈련했다.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도 비웠지만 여전히 시상대 제일 높이 올라가고 싶다"며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사재혁은 자신의 최고기록(인상 165㎏, 용상 211㎏)을 뛰어넘는 라이벌 슈다진, 류샤오준 등과 메달 경쟁을 펼치게 된다. 최근 라이벌들의 기록추이가 좋아 사재혁은 평소 이상의 '괴력'을 쏟아내야 금빛 바벨을 들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단계다. 4년을 견뎌낸 노력의 땀방울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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