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는 오심의 여파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좋은 자극제였다.
펜싱 코칭 스태프들에게 지난달 31일은 너무 긴 하루였다.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의 오심으로 인해 신아람이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 더욱 걱정인 것은 다른 선수들이었다. 이 사건 때문에 동요하지나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남현희와 구본길이 개인전에서 아쉬움 속에 메달을 못딴 것으로 팀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었다. 신아람의 오심을 보고 남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혹여나 불이익을 받을까는 걱정으로 플레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의가 불타올랐다. 심재성 여자 에페 코치는 "최인정과 정효정 등 다른 멤버들은 전의를 불태우더라. (신)아람이와 함께 단체전에서는 본 때를 보여주겠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대견했다"고 말했다. 펜싱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1일 남자 플러레에서 동메달을 딴 최병철을 지도한 이정현 코치는 "TV로 경기를 봤다. 속이 너무 상했다. (최)병철이도 화를 내더라. 아람이 사태가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최병철도 경기 후 "내가 꼬마와 경기를 해도 1초에 네 번의 공격은 불가능하다"면서 "아람이는 결과가 어떻게 됐든 승리한 것이고, 어린 나이에 좋은 선수를 꺾은 것이니 앞으로도 운이 트일 것"이라고 격려했다.
유도는 조준호의 심판 판정 번복으로 인해 흔들렸다. 다음날 출격한 왕기춘은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과 함께 부상까지 겹치며 4위를 기록,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내 추스렸다. 김재범이 신호탄이었다. 김재범은 남자 81㎏ 이하급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준호의 판정 번복 아픔을 완전히 날려버리는 계기였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오심의 여파를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펜싱과 유도 모두 판정에 더욱 신중해진 느낌이었다. 펜싱의 경우 심판이 바빠졌다. 경기 도중 수시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집행위원들과 판정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코치진들도 매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관중들의 야유도 심해졌다. 심판들은 관중의 야유를 들으면서 격앙된 양팀 진영을 진정시키느라 바빴다. 여기에 무대 아래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연신 땀을 흘려댔다. 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판정 인심이 박해졌다. 확실하지 않은 공격에는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또 민감한 상황이 나오면 합의 판정을 하려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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