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야단 좀 쳐라."
한화 한대화 감독이 김태균을 익살스럽게 사주(?)했다.
김태균과 함께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후배 최진행을 따끔하게 혼내주라는 것이었다.
한 감독은 9일 두산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향하던 김태균을 불러세웠다.
"태균아, 진행이 좀 혼냈냐?"
한 감독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김태균은 멋쩍게 웃으며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 같아서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한 감독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상처를 받았대? 그럴 때일수록 네가 정신 바짝 차리도록 무섭게 한 번 다뤄봐"라고 호소했다.
김태균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말 걸기도 힘들더라구요"라면서도 "알겠습니다"라며 작심을 한듯 라커룸으로 향했다.
한 감독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태균이 성격으로는 후배들 야단치고 그런 일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감독은 "아무래도 감독이나 코치가 훈계하는 것보다 친한 선배가 충고를 하면 효과가 있을 것같아 태균이에게 농담삼아 말을 건네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진행이 최근 겪고 있는 슬럼프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최진행은 올시즌 8일 현재 타율 2할7푼1리 13홈런 4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7월 이후 타율 2할2푼2리로 하락세를 걸었고, 최근 5경기에서는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중심타선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감독은 그동안 최진행이 한두 경기 못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슬럼프가 왔을 때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마음 약한 김태균이 '군기반장'으로 나설 수 없는 이상 최진행 스스로 슬럼프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감독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최진행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이날 상대 선발 노경은과 주말 3연전 상대 넥센과의 대결에서 강한 편이었다며 선발 라인업에 다시 올린 것이다.
자식을 수렁에서 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아버지의 심정으로 다시 가슴을 졸이게 됐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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