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든다. 왜 김승회는 패스트볼로 높게 뺐을까. 왜 박정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가 나갔을까.
10일 잠실 두산-SK전은 이 한 장면으로 승부가 갈렸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초 SK의 공격. 무실점 호투하던 두산 선발 김승회는 위기를 맞았다. 김강민 박진만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한 뒤 후반기 타격감이 절정인 이호준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1사 만루의 상황. 그리고 박정권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팽팽했던 경기가 완전히 SK의 승리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엄청난 부담 박정권
시간을 잠시 4회로 돌려보자. 올 시즌 박정권의 타격감은 그리 좋지 않다. 후반기도 마찬가지.
이날도 그랬다. 4회초 SK는 선취점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만들었다. 1사 1, 3루의 상황. 박정권은 어정쩡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투수 앞 땅볼이 됐다. 3루주자 박진만은 런다운에 걸렸고, 비명횡사했다. 결국 SK는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타격 감각이 좋지 않은 박정권으로서는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공교롭게도 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6회 1사 만루. 게다가 4번 이호준을 거르고, 박정권과 상대했다. 당연히 부담은 엄청났다. 타석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김승회의 초구는 명백한 실투였다. 129㎞ 포크볼이 타자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부담이 많았지만, 노련한 박정권이 초구를 노리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던 볼배합. 포크볼은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직구를 노렸던 박정권은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직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격 컨디션이 그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기도 했다.
실투, 행운 그리고 전화위복
박정권이 노리는 구질은 김승회의 초구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매우 높은 직구를 요구했다. 영리한 볼배합이었다.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다. 설령 맞는다고 하더라도 플라이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승회가 던진 공은 너무 애매했다. 높기는 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벗어나는 눈높이의 공. 한마디로 빼는 공치고는 너무 '낮았다'.
직구를 기다리던 박정권의 배트는 그대로 돌아갔다. 볼이었지만, 오히려 장타를 치기는 매우 좋은 공. 배트에 정통으로 맞은 타구는 우측 펜스를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김승회가 확실히 공을 높게 뺐다면 박정권은 헛스윙, 혹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랬다면 SK는 더욱 초조할 수 있었다. 반면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으로서는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결국 행운이 섞인 박정권의 만루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박정권 개인으로서도, SK로서도 전화위복이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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