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49)은 승부욕이 강한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직업인 야구 뿐 아니다. 골프, 바둑, 오목을 둘 때도 꼭 내기를 한다. 지고는 못 산다. 반드시 갚아주어야 직성이 풀린다.
삼성은 올 시즌 그들의 천적 노릇을 한 두산에 최근 3연승(17~19일)했다. 이달초 대구에서 당한 스윕(3연전 싹쓸이)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 류 감독은 "삼성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달초 10경기에서 3승7패로 주춤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삼성은 어느새 다시 2위권과 승차를 5경기로 벌리면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항상 앞서가라. 그래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삼성은 6~7월에 4~5월 주춤했던 성적을 전부 만회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이달 초 10일 정도 내리막을 탔다.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눈으로 드러난 부진 이유였다. 심리적으로는 긴장의 끈이 약간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2위와의 격차가 5경기 이상 벌어지면서 누구나 이제 됐다는 안심을 했다. 그러다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두산에 3연패하고 쭉 떨어졌었다.
류중일 감독은 2006년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현 KIA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할 때 선 감독이 항상 초조해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삼성은 2위와 제법 승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선 감독은 코치들에게 여유 대신 긴장을 보여주었다. 류 감독은 2011년 처음으로 삼성 사령탑에 올라본 후 전임자 선 감독의 마음을 알게 됐다.
그는 두산전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최측근이 해준 얘기라고 했다. "항상 앞서가라. 그래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위기 이후 더 강해진 사자 군단
삼성은 두산에 턱밑까지 쫓겼다. 선두가 뒤집힐 수 있는 사정권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은 위기를 탈출했다. 최강 전력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안정된 마운드가 뒤를 받쳤다. 선발, 불펜, 마무리가 틀이 제대로 잡혔다. 어떤 위기에도 이제 삼성 마운드는 큰 흔들림이 없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반등했다.
삼성은 두산과의 3연전에 전력을 쏟았다. 전력분석팀은 두산의 투타를 현미경 분석했다.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삼성 투수와 타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했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물질적인 지원을 했다. 삼성 선수들은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두산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남은 경기 반타작 정도면 페넌트레이스 우승 가능
삼성은 큰 고비를 잘 넘겼다. 껄끄러운 두산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삼성은 3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58승41패2무로 선두다.
류 감독이 밝힌 페넌트레이스 우승 마지노선은 75승이다. 앞으로 최소 17승을 하면 목표치에 도달한다. 32경기에서 승률 50%를 조금 웃돌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이 지금까지 보여준 승률은 5할8푼6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단 연패를 하지 않아야 한다. 연패에 빠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
삼성은 이달말까지 롯데→LG→KIA→넥센과 차례로 3연전을 치른다. 그 다음은 우천으로 밀린 20경기가 남는다. 21일부터 갖는 대구 롯데전이 또 하나의 고비일 수 있다. 삼성이 위닝시리즈를 가져갈 경우 2위권과의 승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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