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강타하기 하루전인 27일 르노삼성의 뉴 SM3를 만났다.
시승 행사장에 나온 르노삼성 관계자들의 표정에선 비장감이 엿보였다. SM7의 참패와 글로벌 경제 위축 등 악재가 겹쳐 르노삼성은 다음달 7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9월 17일에는 준준형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이는 K3(기아차)가 나온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행보는 신차 못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공격 마케팅을 공언했다. 내외 악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르노삼성의 의지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신차 못지 않은 파워 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동력전달 부분) 업그레이드와 편의사양 대폭 보강의 설명을 들은 뒤 시승할 차에 올랐다.
밖에서 볼 땐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디테일은 달라졌겠지만 테마는 그대로. SM3의 최대 강점인 준준형이지만 사이즈는 중형에 가까운 듬직함이 그대로여서 다행이다. 차디자인이야 호불호가 있겠지만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이미지는 여전했다.
운전대에 앉았다. 르노삼성이 자랑하는 디지털 컬러 클러스터가 반짝 반짝한다. 디지털 수치로 속력을 볼 수 있고, 중앙 집중식으로 연료 게이지와 엔진 회전수를 알 수 있어 편리했다. 시승차는 가장 높은 등급인 RE. 가죽시트에, 내부에는 깔끔한 음향으로 소문난 보스(BOSE) 오디오까지 장착돼 있다. 일단 오디오는 만점이다. 중저음, 고음역 할 것없이 귀가 즐겁다.
시승 구단은 대부도 유리박물관에서 영종도 인천공항 전망대를 다녀오는 왕복 150km.
시내주행, 고속주행, 오르막, 내리막이 두루 어우러졌다. 부드러운 스타트에 무난한 서스펜션. 성인 3명이 타고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시내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차가 좋다"는 기자의 말에 옆에 동석한 동료 기자는 "모든 새 차는 늘 좋다"며 정곡을 찌른다.
무단변속기(CVT) 차량은 변속충격은 없지만 치고 나가는 힘인 토크가 떨어진다는 점과 고속주행 연비가 신통치 않다는 약점이 있다. 뉴 SM3에 새로 장착된 닛산의 X-CVT변속기는 르노삼성의 설명대로 시내주행에서 예전보다는 빠른 가속 반응을 보였다. 2년전 한여름에 몰았던 SM3에 비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일상용 라이프 카여서 거칠게 차를 몰 일은 드물지만 수동 변속 모드가 있어 나름대로는 드라이빙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을 듯 하다.
르노삼성은 젊은 감각에 맞춰 '오리엔탈 레드'와 '에보니 브라운'의 두 색상을 추가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아무래도 새 엔진이 아닐까 싶다. 닛산의 H4MK 엔진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국내 기술진도 참여해 만든 새엔진. 힘은 높이고 연비는 개선했다. 예전 연비 기준으로는 리터당 17.5km, 실제 운정상황이 대폭 가미된 새 연비 기준으로는 리터당 15km.
그렇다면 실 주행연비는? 시내구간과 고속구간이 약 3대7이었고, 기자는 간혹 급가속, 급제동을 했고, 고속주행을 느껴보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짧게나마 시속 150km를 밟아보기도 했다. 도착해서 실연비를 보니 11.5km/리터였다. 3명이 타고 시종일관 에어컨을 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정속주행을 할 때는 순간 연비가 23km/리터까지 올라갔다.
오디오와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스마트 커넥트는 젊은 사용자들에겐 편리할 것 같다. 블루투스 기능은 기본이고, 실시간 3D티맵과 와이파이 테더링을 통해 스마트폰과 네비게이션을 연동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과 음악, 동영상을 내비게이션에 전송가능하다. 국내 최초로 탑재된 SK 멜론으로 최신 음악을 곧바로 들었는데 음질 또한 합격점이었다.
SM3의 네번째 모델인데 크루즈 컨트롤까지 채택할 수 있다. 준중형에 크루즈 컨트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이도 있겠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도 세그먼트 경계는 무너진 지 오래다.
역대 가장 럭셔리한 SM3. 하지만 르노삼성은 연비는 경차, 실내 크기는 중형이라고 강조하다.
크고, 연비 좋고? 자동차 회사의 궁극의 목표다. 이 와중에 잃을 수 있는 파워와 코너링 등 운전의 즐거움까지 있다면 10점 만점일 것이다. 뉴SM3는 르노삼성이 이것 저것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것이 실제로 느껴진 차였다. 다만 가격이 완전히 착하진(?) 않다. 전 모델 대비 약 40만~50만원 정도 인상됐다. 르노삼성은 기기 성능과 편의사양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효과가 100만원 정도였는데 가격 상승을 최소화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엔트리급인 PE는 1538만원, 최고사양인 RE는 1978만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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