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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와 업슛' 알고도 못치는 정대현의 두 '마구'

by 김용 기자
롯데와 KIA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정대현이 마운드에 오르기 전 덕아웃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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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 만루의 위기도, 무사 2루의 위기에서도 롯데 정대현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공을 던졌다. 그리고 삼진쇼를 이어갔다. 보는 사람들 눈에는 느리게 보이지만 타자들은 '뭐 이런 공이 다 있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그것도 4할 타율에 도전하는 한국 최고 타자 중에 1명인 한화 김태균이 그랬다. 정대현에게는 타자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마구' 2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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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와 업슛, 알고도 못친다.

6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 정대현은 팀이 0-2로 끌려가던 6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 오선진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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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등판한 정대현은 선두타자 장성호를 볼넷으로 내줬다. 폭투까지 나왔다. 사실은 신인포수 윤여운의 패스트볼이라고 보는게 맞았다. 어찌됐든 무사 주자 2루의 위기. 타석에는 김태균이 서있었다. 3할9푼이 넘는 타율에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던 김태균이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침착했다. 김태균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 상황서 던진 마지막 공이 압권이었다. 정대현이 던진 빠른공은 김태균의 몸쪽을 향했다. 김태균은 순간 직구라고 판단,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앞에 도달한 공은 우타자인 김태균의 몸쪽으로 급격하게 휘며 뚝 떨어졌다. 헛스윙. 공의 종속이 죽었다거나 떨어지는 각도가 밋밋했다면 김태균의 방망이에 커트됐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공과 배트 사이의 거리는 한참 멀었다. 김태균은 몇 번이나 마운드쪽을 바라보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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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어 등장한 4번 최진행. 올시즌 타율은 좋지 않지만 한방이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였다. 이번에는 김태균을 상대로 결정구로 썼던 싱커로 헛스윙을 유도,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나갔다. 최진행 역시 정대현의 싱커를 경험한 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풀카운트. 이번에 정대현이 선택한 결정구는 업슛이었다. 공이 날아오다 타자의 눈앞에서 확 솟아 오르는 그야말로 '마구'. 최진행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정대현은 어떻게 '마구'를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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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구종 모두 이론상으로는 모든 투수들이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업슛의 경우는 넥센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전성기 시절 주무기로 사용했던 정도다.

일단 업슛은 직구가 아닌 커브 그립을 잡는다. 잠수함 투수의 특성상 커브를 던질 때 공을 채는 검지, 중지 손가락이 땅쪽을 향하게 된다. 이 때 엄청난 손가락 힘으로 공을 채주면 직구 궤적으로 날아가던 공이 타자 앞에서 갑자기 솟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싱커 역시 마찬가지다. 투심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공을 던지는 순간 손목을 바깥쪽으로 살짝 비틀며 손가락으로 공을 챈다. 누가봐도 직구 궤적으로 날아간다. 자연스럽게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지만 공은 타자 방망이 앞에서 약올리듯 뚝 떨어지고 만다.

그렇다면 정대현은 어떻게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일까. 공을 던질 때 물 흐르는 듯한 몸의 밸런스, 단단하게 몸을 받쳐주는 하체와 허리의 힘, 그리고 마지막 순간 손끝으로 강하게 공을 채는 능력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변화구로 상대타자를 속이려면 타자의 눈 앞에서 공이 변해야 한다. 미리부터 변하면 능력이 좋은 타자들은 충분히 공을 걸러내거나 커트해내는 능력이 있다. 정대현은 이 기본 원칙에 따라 자신의 무기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100% 컨디션, 마지막 과제는 좌타자

정대현은 "복귀 초반에 비해 확실히 몸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80%정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일 한화전에서 아쉬운 장면이 딱 하나 있었다. 7회 김태균, 최진행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오재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해 2사 1, 3루의 위기를 맞은 장면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상대에게 안타를 허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쉬운건 6회 위기를 넘기고 난 후 7회 선두타자로 들어선 장성호와의 승부였다. 최근 완벽한 제구를 선보이고 있던 정대현이지만 장성호를 상대로는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스트레이트 볼넷.

정대현의 올시즌 기록을 보면 우타자를 40차례, 그리고 좌타자를 16차례 상대했다. 우타자들을 상대하는 위주로 등판했다. 여기에 각각의 피안타율은 1할8리, 2할1푼4리로 큰 차이가 난다. 좌타자를 상대로도 나쁜 피안타율은 아니지만 우타자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모습에 대비해본다면 조금은 아쉬움에 남는 것이 사실. 장성호를 상대할 때도 조금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오재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후 2사 1, 3루 위기에서 좌타자 김경언이 타석에 들어서자 양승호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양 감독의 정대현에게 교체에 대한 의사를 물었고 정대현도 순순히 양 감독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정대현이 100%의 컨디션을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좌타자를 상대로도 자신있게 본인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다. 그리고 복귀 후 차근차근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끌어올리는 정대현의 모습을 보면 그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기대해볼 만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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