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짧은 순간을 다 봤더라니까…."
LG 김기태 감독은 절실함을 가진 선수들을 좋아한다. 또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그 잠재력을 끌어내길 원한다. 9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 도중 김 감독은 정의윤의 전날 타격 얘기를 꺼냈다.
정의윤은 전날 경기서 3-4로 뒤진 5회말 1사 3루서 좌익수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가파른 궤적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담장을 넘기엔 조금 부족했다. 워닝트랙 조금 앞에서 좌익수 김원섭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김 감독은 "정의윤이면 사실 넘길 수 있는 타구였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보다 앞에서 날카롭게 맞았으면 넘어갈 수 있다. 아직 정의윤의 타격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정의윤이 아직 착해서 그렇다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내 "(정의윤은)겨울에 좀 울어야겠다. 서러워서 눈물 흘릴 정도로 해야지"라며 "올림픽서 금메달 딴 선수들을 봐라.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기에 메달을 딴 뒤에 그 순간이 생각나 눈물을 흘리지 않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눈물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잠시 뒤 그는 "감독만 선수들을 관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선수들도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다"며 화제를 바꿨다.
김 감독은 지난해 2군 감독을 맡고 있을 때 2군 선수단을 데리고 영화를 관람한 사연을 소개했다. 선택한 영화는 바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 청주성심학교의 청각장애 야구선수들을 소재로 한 감동적인 영화였다.
평생 야구만 하고 살아온 그에게 영화의 감동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참고 참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두 세 차례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자마자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매의 눈'을 가진 일부 선수들에게 "너무 많이 우시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은 것. 김 감독은 "맨 뒤에 앉았는데도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더라. 캠프 때도 보면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다들 꿰고 있다"며 크게 웃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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