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삼성 이승엽의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취재진을 보자 밝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최근 타격감이 썩 좋은 편이 아님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삼성 시절 이승엽의 타격을 지도했던 넥센 박흥식 코치는 최근 이승엽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지난달 11일 대구 LG전에서 20호 홈런을 터뜨린 뒤 한 달 동안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9년만에 뛰는 한국 그라운드의 한여름 무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이승엽이 1군서 풀타임을 뛰는 것은 요미우리 시절이던 지난 2008년 이후 4년만이다. 그만큼 풀타임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8월 이후 타격감이 떨어진 이유가 바로 피로 누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8월 수비를 하다 다친 왼쪽 어깨 통증이 올시즌 내내 그를 괴롭히고 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주사도 두 차례 맞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승엽은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려고 한다. 언제가는 타격감이 올라갈 것이라고 낙천적인 믿음이다. 경기전 이승엽은 "100%는 아니지만 올해 성적에 만족한다"며 올시즌 자신의 활약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긍정의 힘'은 이날 경기에서 바로 위력을 발휘했다.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시즌 21호 홈런을 비롯해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대4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엽이 국내 무대에서 4안타를 친 것은 2003년 5월18일 대구 SK전 이후 약 9년 4개월(3403일)만이다. 또 딱 한 달만에 대포를 쏘아올리며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7-4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좌중간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볼카운트 1B에서 넥센 이정훈의 2구째 141㎞짜리 낮은 직구를 밀어쳐 비거리 115m짜리 시원한 아치를 그렸다. 보통 왼손타자의 홈런 타구 방향이 좌중간이라는 것은 타격감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이승엽은 1회 첫 타석부터 우전안타를 날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어 3회 볼넷을 얻어 걸어나간 뒤 득점까지 올렸고, 타자일순해 돌아온 같은 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2사 만루서 우중간 적시타를 날리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8회에는 선두로 나가 우익선상 2루타를 날린 뒤 후속타때 홈을 밟았다. 시즌 성적은 타율 3할1푼3리, 21홈런, 79타점이 됐다.
이승엽은 "(첫 타석에서)상대 투수의 공이 좋았는데 투스트라이크 이후 운좋게 실투가 나와 안타가 되면서 계속 좋은 타구를 날릴 수 있었다"며 "최근 서늘해지고 비가 와서 취소되는 경기가 생기면서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었고 그게 타격 훈련에 도움이 됐다. 하체를 이용하고 뒤에 중심을 두는 스윙을 염두에 두면서 연습을 하는데, 그런 타격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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