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팀과 B팀의 성적이 각각 1승1패3무, 2승2패1무라고 가정해 보자.
무승부를 승률 계산에서 제외하는 현재의 순위 결정 방식에 따르면 두 팀은 똑같이 승률 5할로 동률이다. 이 상황에서 다음날 경기 결과에 의해 두 팀의 순위는 어떻게 변할까. 서로 다른 팀과 경기를 벌인다는 가정하에 두 팀 모두 승리했을 경우 승률은 A팀이 2승1패3무(승률 0.667)로 3승2패1무를 기록한 B팀(승률 0.600)을 앞서게 된다. 반면 두 팀 모두 패할 경우에는 A팀이 1승2패3무, B팀이 2승3패1무로 B팀이 상위 순위가 된다. 물론 승패가 엇갈렸을 때에는 이긴 팀의 순위가 앞선다. 즉 같은 경기를 치렀을 때 무승부가 많은 팀이 승과 패에 의한 승률 변화폭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는 무승부가 시즌 막판 순위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위 자리를 놓고 현재 롯데, SK, 두산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18일 열린 경기에서는 SK가 2위 롯데를 꺾고 반 게임차로 따라붙었고, 4위 두산은 KIA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패배의 위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현재 무승부 숫자는 롯데 6경기, SK와 두산이 각각 3경기다. 무승부가 많은 롯데는 앞으로 남은 시즌 승패 결과에 따른 승률 변화폭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롯데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 시즌 최종 순위에서 SK와 두산보다 승수가 적더라도 승률에서는 앞설 수 있다는 의미다. 당연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현재의 무승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해 롯데가 70승57패6무(0.551), SK가 71승59패3무(0.546)로 최종 성적을 냈다면 승수가 적은 롯데가 승률에서 앞서 상위 순위가 된다. 무승부가 롯데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무승부가 적은 SK에게는 이런 시나리오는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SK로서는 롯데보다 무승부가 적기 때문에 무조건 승수에서 앞서야 상위 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각팀 감독들이 시즌 막판 무리를 해가면서 무승부에도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두산은 이날 광주 경기에서 오재일의 동점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서는 핵심 셋업맨 홍상삼을 3이닝 동안 던지게 했다. 홍상삼은 3이닝 2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패배를 막았지만, 투구수는 올시즌 최다인 61개를 기록했다. 두산으로서는 다음 날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절대 패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처럼 무승부를 패로 규정해 승률을 계산한다면 무승부는 의미가 없다. 오로지 이기는 것만이 능사다. 그해 SK는 6월25일 광주 KIA전에서 연장에서 3루수인 최 정을 투수로 올리는 등 논란을 일으킨 끝에 패한 바 있다. 무승부를 패로 규정해 놓은 당시 순위 방식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었는데, 어쨌든 무승부를 어떻게 간주하는가는 감독과 선수들의 전략과 플레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야구는 지난 2008년 무제한 연장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야구는 끝까지 승부를 내야 한다'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식 연장 방식을 도입했으나, 현장의 반대로 단 한 시즌 밖에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승부의 폐해와 의미 규정, 시즌 막판 순위 다툼의 흥미 배가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무제한 연장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패하는 것보다는 비기는 것이 낫고, 비기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낫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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