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경기전 홈팀 LG의 훈련이 끝나갈 즈음 LG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짐을 한보따리 맨 채 헐레벌떡 1루측 덕아웃으로 뛰어들어왔다. 얼굴도, 이름도, 등번호도 생소한 선수. 주인공은 등번호 84번의 내야수 김영관(27)이었다. 선린인터넷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김영관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고양원더스에 입단, 좋은 활약을 펼치며 LG의 선택을 받게됐다. 독립구단 고양원더스 출신 야수로는 처음으로 구단과 정식계약을 맺은 후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꿈의 구장 잠실에 선 어리바리 청년
훈련에 늦은 이유가 있었다. LG는 이날 김영관 외에 투수 이동현과 김선규, 내야수 정주현을 1군에 불러올리는 대규모 엔트리 교체를 단행했다. 김영관을 제외한 세 선수는 20일 1군 합류가 결정됐다. 하지만 김영관의 합류 여부는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분위기 쇄신 차원이었다. 2군 훈련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김영관은 1군 선수단에 합류하라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잠실구장까지 달려온 것이다.
배트, 장비 등을 들고 달려오는 폼이 군에 입대하는 신병같은 모습. 덕아웃에 도착해 들고온 장비를 어디다 둬야하는지도 몰라 애를 먹을 정도로 잠실구장 1루 덕아웃은 김영관에게 어색한 곳이었다.
김기태 감독을 시작으로 코칭스태프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TV에서만 보던 선배들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했다. 모든 선수들이 김영관을 반갑게 맞아줬다. 특히 고교(선린인터넷고) 동창인 김용의는 김영관이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곧바로 훈련에 나섰다. 수비훈련이었다. 2루 자리에서 유격수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 혼련 로테이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제자리를 찾지 못하기도 했지만 금세 적응해 척척 공을 받아냈다. 훈련이 끝난 후 유지현 코치가 유격수 오지환과 김영관을 따로 불러 한참을 얘기했다. 1군 등록 첫 날, 경기 출전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잠실구장 그라운드도 김영관을 축하했다
양팀의 선발라인업이 공개됐다. 모두를 놀라게했다. 김영관이 9번-2루수 자리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라인업을 교환한 롯데 코칭스태프는 "김영관이 누구인가"라고 했고 선발 사도스키는 김영관이 우타자인지 좌타자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역경을 딛고 1군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것도 대단한 일. 하지만 대형사고까지 쳤다. 첫 타석부터 심상치 않았다. 중견수 방면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때려냈지만 롯데 2루수 조성환의 호수비로 안타깝게 아웃되고 말았다. 덕아웃에 있던 동료들은 김영관에게 힘차게 박수를 쳐주며 독려했다.
그렇게 맞은 두 번째 타석. 팀이 1-2로 뒤지던 4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사도스키의 2구째 공을 밀어쳤다. 롯데 1루수 박준서 쪽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땅볼. 하지만 박준서가 공을 잡기 전 땅의 파인 부분에서 공이 확 튀어올랐다.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며 박준서의 키를 훌쩍 넘겼다. 안타였다. 주자 2명이 모두 들어오는 결승타였다. 순식간에 LG 덕아웃은 환호성으로 가득찼고 동료들은 프로 첫 안타 기념구를 챙겨주기 위해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쳤다. 앞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펼칠 잠실구장이 축하선물을 제대로 해줬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었다. 5회 1루 방면 땅볼 때, 베이스커버가 늦어 롯데 손아섭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완벽한 모습을 원했다면 무리다. 그는 억대 계약금과 연봉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한 신인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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