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잠실구장. 경기가 끝난 뒤 밤이 깊었지만, 1루 응원단상 쪽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작업에 한창이었다. 밤샘 작업. 며칠 동안 응원단상 공사를 해오고 있었다. 정규시즌 종료를 하루 앞둔 밤, 공사는 다시 원점이 됐다. 공 들인 단상 위에 사람이 몇 올라가자 발판이 조금 휜 것이다. 안전 문제로 더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 공사는 2년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된 두산의 야심작이었다. 응원단상에 LED 전광판을 설치한 것. 지금껏 응원단상에 전광판처럼 화려한 그래픽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첫 시도였다. 시행착오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시즌 최종전이었던 6일 잠실 LG전이 끝난 뒤 밤 9시부터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기 당일에야 공사는 마무리됐다. 단상 밑으로 LED 전광판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안전상 위험이 있었다. 대신 응원단상 뒷쪽으로 LED 전광판을 설치했다. 약간의 각도가 생긴 탓에 2층 내야석 전체에서 그래픽을 볼 수 있게 됐다.
전광판에는 그라운드 전광판과 함께 선수 소개와 응원 구호, 응원가 가사 등이 나오게 된다. 야구장을 찾은 모든 팬들이 함께 선수들의 응원가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LED 전광판이 거대 응원전을 주도하게 된다.
응원단 역시 2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두산 오종학 응원단장은 "예년보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9월 중순부터 포스트시즌 대비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정규시즌이 계속돼 최대한 짧고 굵게 연습했다고.
이번 두산 응원의 특징은 공연곡을 3~4곡으로 최소화하고, 대신 단체응원가를 대폭 늘린 것이다. 두산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1년 응원가로 불린 '챔피언 두산'이 오랜만에 재등장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근한 '붉은 노을', 역동적인 가사의 '그것이 젊음' 등의 대중가요도 단체응원가로 편곡돼 쓰일 예정이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응원단 규모부터 다르다. 두산 소속 치어리더 6명이 전부 응원단상에 선다. 평소 4명씩 돌아가며 근무하는 것과 달리 풀가동이다. 준비부터 특별한 포스트시즌 응원전, 실제로 응원단상에서 바라보는 팬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오 단장은 "정규시즌과는 느껴지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 평소 땐 '내일'이 있지 않나. 큰 점수차로 지더라도 오히려 격려해주시는 팬들 덕에 응원전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때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 만큼, 분위기가 다운될 땐 심각하게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응원단장에게도 쉽지 않은 응원전이다.
두산은 2009년과 2010년에 이어 롯데와 또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됐다. 부산 원정 역시 응원단에겐 쉽지 않은 여정이다. 오 단장은 "준비하는 데 힘든 건 없다. 팬 여러분들의 안전 사고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응원 중에 서로 격한 행동 없는 건전한 응원전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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