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처럼만 할 수는 없죠. 포스트시즌 아닙니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가을 잔치'라고도 부른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에 치러지는데다 정규시즌과는 달리 상위 4개팀만을 대상으로 단기전 승부를 펼쳐 한 해의 챔피언을 따지는 특별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의 팬들은 짜릿한 단기전 승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시기다. 그래서 '가을잔치', '폴 클래식'이라고 한다. 팬들은 그저 이 잔치를 흥겹게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잔치'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아니다. 팬들이 '잔치의 손님'이라면 선수나 코칭스태프, 프런트 관계자 그리고 각종 매체의 취재진과 TV 생중계팀 등이야말로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잔치를 더욱 풍성하고 흥겹게 만들도록 해야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구성원마다 이를 위해서 기울이는 노력과 정성은 정규 시즌의 몇 배에 이른다.
이번 포스트시즌 중계를 맡은 각 방송사 사이에도 치열한 경쟁이 오가고 있다. 어떤 방송사의 중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는지가 '시청률'이라는 척도로 즉각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화면을 만들기 위한 방송 중계팀의 연구와 노력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뜨겁다.
11일 부산 사직구장에는 지금껏 어떤 스포츠 현장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는 독특한 '물건'이 하나 나타났다.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먼저 훈련을 시작한 홈팀 롯데 선수단의 머리 위쪽으로 마치 무선조종 헬리콥터처럼 생긴 물체가 둥둥 떠다니며 선수와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알고보니 무선조종 헬리콥터에 중계용 카메라가 장착된 '헬리캠'이라는 장비였다. 이날 현장 중계를 맡은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도입한 이 장비는 프로펠러를 여러 개 달아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고, 조작성을 높인 전문 방송장비였다. 이를 전해들은 롯데 양승호 감독은 "저런 건 평생 처음"이라며 "방송팀들의 노력도 대단하다"며 신기해했다.
이효종 KBS N 제작팀장은 "헬리캠 혹은 멀티캠이라고 불리는 이 장비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쓰이는 것으로 공중에서 넓은 시야를 확보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면서 "예전에 마라톤 경기 중계에 쓰인 적이 있는데, 야구장에서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헬리캠'을 활용한 장면 연출 아이디어를 낸 것은 김성태 제작부 차장이다. 지난 여수엑스포 당시 현장 방송팀에 차출됐던 김 차장은 그 때 헬리캠을 활용한 다양한 장면 연출을 경험한 뒤 야구 중계로 복귀해 이번 포스트시즌에 이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 팀장은 "장비 대여료가 하루에 300만원인데, 얼마나 좋은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라며 "경기에 최대한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 보다 풍성한 그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헬리캠 등 특수 장비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는 중계방송 장비의 규모 자체도 크게 늘어난다. 이 팀장은 "평소 정규시즌 때는 1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초고속카메라 등 3대가 추가돼 총 13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며 가을 잔치에 기울인 노력을 소개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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