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해를 결산하는 포스트시즌. 가을야구에서 웃으려면 미친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속설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준플레이오프(준PO)다. 1,2차전에서 롯데 백업 2루수 박준서와 백업 포수 용덕한이 그랬고, 3차전에서는 두산의 19세 새내기 투수 변진수가 그랬다.
매경기 팽팽한 승부, 총력전이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에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간판급 선수가 심리적인 중압감 때문에, 혹은 운이 따르지 않아 부진하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맹활약을 해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평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가 펄펄 날면 팀 분위기는 더욱 살아난다.
두산과 롯데가 벌이고 있는 준PO. 두산이 잠실 안방에서 2연패를 당한 후 원정경기에서 1승을 거뒀다. 2010년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그때를 기억하는 두산팬들이 많다. 이제 바야흐로 가을야구가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다.
박준서와 용덕한이 짜릿한 승부의 맛을 보여주고, 변진수가 제대로 이름을 알린 가운데, 얼굴에 살짝 그늘이 내려앉은 선수도 있다. 두산 베테랑 임재철과 롯데 전준우가 그렇다.
한국 프로야구 외야수 중에서 최고의 어깨를 자랑하는 우익수 임재철은 11일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데 이어, 2차전에서 다시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2연패를 당하며 벼랑에 몰린 두산 김진욱 감독은 타순을 조정하면서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던 임재철 대신 민병헌을 우익수로 내세웠다. 그런데 선두타자인 중견수 이종욱이 1회초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수비 때 민병헌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임재철이 우익수로 들어갔다. 선발 출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임재철은 이후 3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렀다. 준PO 3경기 9타수 무안타, 타율 0다. 임재철은 1회말 1사 만루에서 롯데 박종윤의 외야 타구를 잡아 총알송구로 홈을 파고들던 3루 주자 조성환을 아웃시켰다. 흔들리던 선발 이용찬을 잡아준 기가 막힌 홈 송구였다. 임재철은 앞선 경기에서도 까다로운 외야 타구를 말끔하게 처리해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수비에서 크게 기여를 하고도 공격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임재철이다.
전준우 또한 기대했던 역할을 못 해주고 있다. 1차전 5타수 무안타, 2차전 2타수 무안타. 다행히 팀이 2연승을 거두면서 부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3차전에서 어이없는 견제사를 당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4회 2루타를 때리고 나간 전준우는 1사 3루에서 깊게 리드를 하다가 견제아웃됐다. 롯데가 2-3으로 따라붙은 가운데 나온 뼈아픈 실수였다. 포스트시즌 첫 안타가 악몽으로 연결된 것이다.
둘 모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일 것 같다. 하지만 극심한 부진은 그만큼 반전의 여지가 있다는 걸 뜻한다. 임재철과 전준우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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