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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갖출 조건 '적극적인 임대'

by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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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런던, 본인의 볼을 짝짝 때려면서 죽기 살기로 뛰었던 오재석이 떠오른다. 2010 드래프트 당시 "수원이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머리 속이 파래졌다."는 센스 넘치는 소감을 남겼던 이 선수는 데뷔해 정규리그에서 5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결국 강원행을 택하며 수원에 '잠시만 안녕'을 고한다. '잠시만'이 '영원한'이 되어버렸지만, 홍명보 감독에게 꾸준히 부름을 받았던 이 선수에게는 2012 런던 올림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고, 강원에서 절치부심하며 쌓은 경기 감각으로 끝내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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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표팀이 일본을 침몰시키고 동메달을 목에 걸고 난 나흘 뒤엔 최강희호가 잠비아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다. 전원 K리거로 구성된 당시의 소집 명단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김형범의 대표팀 복귀였다. 부상, 부상, 그리고 또 부상으로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으나 보란 듯이 재기한 그는 이근호의 첫 골을 도왔다. '닥공'으로 아시아를 뒤흔들었던 전북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그는 유상철 감독의 대전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대표팀 차출 전까지 20경기에 나서 4골 7도움을 올리며 옛 스승 최강희 감독과 재회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구단-선수 모두 윈-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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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운영에 있어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매야 하는 시도민구단 입장에선 한 해의 성적을 크게 좌우할 선수 영입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거액을 투자해 큰 맘 먹고 들여온 선수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했을 때만큼 속이 쓰릴 때도 없다. 이럴 때 이들에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이 선수의 '임대'. 말 그대로 임대료와 연봉을 부담하면서 일정 기간 특정 선수를 빌려 쓰는 것이다. 활약상이 괜찮다면 원소속팀과의 협상을 통해 완전히 적을 옮길 수도 있다.

선수를 보내는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대개 선수층이 두꺼운 상위권 팀들이 당사자인데, 그들이 아무리 많은 자원을 보유했다고 해도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선수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경기 운영의 변화를 꾀하며 최대한으로 늘린다고 해도 포지션 당 1~2명이 전부다 보니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 외에도 남는 자원이 생기길 마련이다. 이 선수들을 차라리 경기를 뛸 수 있는 다른 팀으로 보낸다면 연봉이라는 유지 비용을 줄이면서, 경기 감각을 꾸준히 유지시킬 수 있다. 또 이 팀들은 주로 해외에서 선수들을 임대해 와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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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윈-윈 효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직접 뛸 때가 가장 선수다운 법이다. 유니폼의 가슴에 있는 이름, 즉 구단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유니폼의 등에 있는 이름, 즉 본인의 이름보다 중요하다고 이것도 경기에 뛰고 난 뒤의 얘기다. 이름이 알려진 빅클럽 소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오재석과 김형범은 각각 수원과 전북을 떠나 강원과 대전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그 결과 '올림픽 메달'과 '대표팀 복귀'라는 귀중한 선물을 얻었다.

'그럼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여름의 임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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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임대가 활성화된 해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K리그에서 쌓인 좋은 전례도 상당하다. 올해 기준으로 울산은 마라냥과 하피냐, 수원은 에벨톤C, 전북은 드로겟, 서울은 에스쿠데로, 그리고 강원은 웨슬리와 지쿠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물론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기복은 있었을지라도 팀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과가 좋은 편이었기에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임대가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전쟁과 다름없는 순위 경쟁이 펼쳐질 스플릿 라운드를 대비한 발 빠른 움직임이 뒤따르리라 보았다. 이 과정에서 기적 같은 스토리를 쓰는 또 다른 선수의 등장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구단 간의 이적에서 임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고, 관심을 끌 만한 굵직한 임대 또한 없었다. 그러면서 특히 선수층을 보강하려던 시도민구단들의 속이 많이 탔다. 현재 그룹 B에 속한 팀을 이끄는 한 감독은 "안 주더라. 경기에 출전시키지도 않는 선수들임에도 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처음 맞는 스플릿 시스템, 그리고 2부리그의 창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치열해진 순위 경쟁으로 한창 예민해질 시기에 상대팀으로 보낸 우리 선수가 도리어 부메랑이 돼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유도 꼽아볼 수 있다. 상주 소속의 선수들이 원소속팀과의 경기에서 보였던 플레이와 이를 언급한 박항서 감독의 인터뷰를 보아도 일리는 있다. 다만 이에 관해서라면 부산 박용호(완전 이적)처럼 원소속팀과의 경기에서 출전을 금하는 임시적인 방편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게다가 상-하위 그룹으로 나뉜 현재라면 전북에서 전남으로 팀을 옮긴 정성훈(완전 이적)처럼 친정팀과 만날 확률이 높지도 않다.

그보다는 올 시즌부터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에 따라 경기 수가 부쩍 늘어났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리그는 2003년(44경기)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40경기 이상을 소화하게 됐다. 시즌이 길어지면서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더 커졌다. 스플릿 시작과 함께 수원은 이용래, 서울은 최태욱의 시즌 아웃 선고를 받았는데, 이런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져 어떤 식으로 레이스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일단은 최대한 많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는 게 정답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런 전망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 바로 2부리그의 창설. 지난 10일, 드디어 안양이 돌아왔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고, 이는 승강제를 가미한 2부리그의 안착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팀이 늘어난다면 이동 또한 활발해질 것이다. 이것이 곧 K리그를 살찌울 '적극적인 임대'의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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