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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호수비, '펜스플레이'의 예술 보여줬다

by 권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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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플레이는 좋은 외야수를 구분하는 척도다. 펜스 근처까지 날아오는 타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파인 플레이로 히어로가 되거나 위기를 만든 역적이 되는 기로에 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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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들에게 어떤 타구를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지 물어 보면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라는 말을 많이 한다. 결국 자신과 펜스 사이로 떨어지는 공이 무섭다는 뜻이다. 공을 잡기 위해 펜스 끝까지 가야할지, 일찌감치 포기하고 펜스 맞고 나오는 타구를 잡아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펜스까지 뛰어갈 시간이 충분한 타구는 짧은 시간에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한다. 펜스 앞까지 갔다가 점프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높은 타구일 경우엔 2루타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걸 3루까지 보내는 경우도 있다. 또 펜스 상단에 맞을 것 같아 일찌감치 펜스플레이를 위해 뒤로 돌았는데 실제로 타구는 펜스 앞에서 기다렸다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을 경우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한다. 특히 그 상황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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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플레이를 할 때 외야수들은 항상 부상의 위험을 안고 뛴다. 체공시간이 느려 미리 가서 기다릴 수 있거나 너무 빨라 아예 쫓아가지도 못할 타구라면 차라리 괜찮다. 그러나 전력질주로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라면 문제가 생긴다. 타구에 집중해 전력질주를 하다가 펜스에 부딪힐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야구장 펜스는 시멘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딱딱한 곳이 대부분이다. 펜스가 처음엔 푹신하지만 그 위에 매년 페인트로 덧칠을 여러번 하는 과정에서 딱딱해진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선 선수가 펜스에 부딪힐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타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장면을 보고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질타를 하는 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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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3차전이 열린 사직구장은 펜스 플레이를 하기 힘든 구장으로 손꼽힌다. 4.8m의 높은 펜스 때문에 펜스에 맞는 타구가 유난히 많이 나오지만 펜스가 워낙 딱딱해 선수들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 타구를 판단하기도 애매하고 부상의 위험도 높은 외야수에겐 플레이하기 싫은 곳이다.

롯데 손아섭이 예전 수비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펜스플레이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웬만한 타구는 대부분 펜스 앞까지 달려갔다. 점프를 해도 잡을 수 없는 펜스 상단에 맞는 큰 타구도 끝까지 가서 점프를 했다. 뒤로 돌아 펜스에 맞고 떨어지는 타구를 잡았다면 2루타 혹은 단타로도 끝낼 수 있는데 굳이 펜스까지 가는 바람에 2루타나 3루타로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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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손아섭은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수비 연습을 많이 했고 사직구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며 타구 판단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 그리고 PO 3차전서 수비 잘하는 손아섭의 진가를 보였다. 3-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 4번 이호준의 큼지막한 타구를 손아섭이 펜스까지 쫓아갔다. 펜스 근처에서는 타구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오른손을 뒤로 뻗어 더듬으며 펜스 위치를 확인하면서 뒷걸음질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손아섭은 높이 점프해 가까스로 공을 잡아냈다. 흔들릴 뻔한 롯데 선발 고원준은 손아섭의 엄청난 호수비 하나에 4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일찍 포기하고 뒤돌아 서서 넥스트 플레이를 준비했다면 1점을 내주면서 SK의 분위기가 살아나 경기의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확한 포구를 하면서 안전까지 확보한 보기드문 명품 수비였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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