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벤치의 미세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대량 실점을 허용한 3회초 SK 벤치의 움직임은 아쉬움이 있었다. 1-0으로 앞선 3회초 수비. 선발 투수 부시가 선두 타자 진갑용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김상수의 희생번트를 잡은 부시는 자신의 앞까지 달려온 1루수 박정권으로 인해 왼 발 스텝을 제대로 밟지 못한채 악송구를 범했다. 순식간에 무사 2,3루.
2연패 중인 SK로선 절체절명의 위기. 게다가 부시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완벽주의적 성격이라 돌발 상황에 대한 평정심 유지가 힘들다. 문학구장이 아닌 지방 구장 마운드 높이와 흙의 딱딱함 정도에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 실제 광주 구장 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빅리그 출신의 걸출한 실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 올정규 시즌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이유 중 하나.
그런 예민한 남자 부시가 스스로의 실책으로 역전 위기에 몰렸다. 이쯤되면 벤치에서 누군가 올라와서 진정을 시켜줬어야 할 상황. 벤치 대신 포수 조인성이 통역과 함께 마운드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다. 벤치에서는 투수코치도 감독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인성의 다독거림에도 결국 부시는 평정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배영섭에게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속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다. 무사 만루.
사구가 나오자 SK 이만수 감독이 지체 없이 달려나왔다. 주심에게 공을 건네받고 마운드로 올라왔다. 교체 사인이었다. 부시도 체념한듯 1루수에게 공을 던진 뒤 고개를 떨궜다. SK 벤치의 과감한 투수 교체. 하지만 기왕 빠른 결단을 내릴 거였다면 아예 한 타자 먼저 부시에게 올라와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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