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똑같은 노래가 나와서 좀 그랬어요. 훨훨 날아야죠."
삼성의 2년차 투수 심창민은 같은 사이드암스로 권오준의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합류, 2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재활로 1년을 보내 올시즌이 사실상 데뷔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활약이다. 필승조까지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아기사자' 심창민은 아직까지 등장음악이 없었다. 대부분의 삼성 불펜투수들이 마찬가지다. 모두 같은 곡이 나온다. 필승조 권 혁, 안지만이 마운드에 오를 때도 <사나이 순정>이라는 트로트가 흘러 나온다. 오직 '끝판대장' 오승환만이 종소리 이후 울려 퍼지는 웅장한 <라젠카 세이브 어스>라는 곡에 맞춰 등판할 뿐이다.
신세대인 심창민이 불만을 가질 만도 했다. 매번 같은 곡이 나오는데 그것도 트로트다. 이에 심창민은 구단 측에 조용히 등장음악을 부탁했다. 한국시리즈에 와서야 테마송이 생긴 것이다.
심창민이 선택한 곡은 YB의 <나는 나비>다. 남은 경기에서 등판하게 된다면,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라는 가사가 잠실구장에 울려 퍼질 것이다. 심창민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등장음악을 골랐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훨훨 날아보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곡을 선택한 특별한 사연도 있다. 바로 경남고 10년 선배인 이대호(오릭스)가 쓰던 음악이다. 심창민은 경남중학교에 다니던 지난 2007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식전행사에 참가했다. 당시 롯데에서 뛰던 이대호가 등장할 때 <나는 나비>가 사직구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무엇보다 '멋지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10년 선배면 쳐다보기도 힘든 '대선배'다. 경외감을 느낄 만도 했다. 시즌 전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만난 이대호가 "어, 경고(경남고를 줄여 부르는 말)!"라고 알아봐줘서 너무나 좋았다고.
하지만 심창민은 이내 "아직까지 한 게 없다"며 들뜨는 걸 경계했다. 2홀드를 올렸지만, 부끄러운 기록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팀이 패배한 3차전 때 4회말 2사 1루서 등판해 도루와 포수 실책, 그리고 폭투로 1점을 내준 장면을 자책한 것이다. 5-6으로 추격을 허용한 뼈아픈 실점이었다. 비록 본인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고, 역전을 허용하지 않아 홀드 기록도 추가했지만 한없이 부끄러웠다.
심창민은 "이제 떨어질 곳도 없다"며 남은 경기 분발을 다짐했다. '아기사자' 심창민이 또 한 번 한국시리즈의 중심에 설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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