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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어울림마라톤 '따뜻한 동행' 희망의 발견

by 전영지 기자
◇4일 충남전국어울림마라톤대회 5km종목에 참가한 김용환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손진호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 진태구 태안군수 등이 장애인 참가자들과 스타트 직전 파이팅을_외치고_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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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충남 태안군 꽃지해수욕장은 흐렸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선선했다. 마라톤 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오전 10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충남 전국어울림마라톤대회가 시작됐다. 하프, 10㎞, 5㎞,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470명과 비장애인 참가자 5000여 명이 차례로 스타트를 끊었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드라이브 즐기기에 좋은 경관도로'로 뽑힌 안면도 해안도로에 휠체어와 건각들이 보기좋게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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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대 공군학군단 사관후보생 35명이 시각장애인들의 파트너로 나섰다. 충남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회장인 한창석씨는 한서대 사관후보생 연정흠군과 함께 달렸다. 굳게 맞잡은 손을 수건으로 묶은 채 5㎞를 완주한 후 안정적인 레이스를 이끌어준 파트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장애인-비장애인, 가족이 어우러진 '어울림' 마라톤

장애인 엄마의 휠체어를 비장애인 아들이 밀며 달렸다. 지적 장애인 아들과 비장애인 아빠는 손을 맞잡고 달렸다. '어울림 마라톤'은 장애인 가족들의 잔치이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소통하는 축제였다. 이날 한서대 공군학군단 사관후보생 35명이 시각장애인들의 파트너로 나섰다. 충남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회장인 한창석씨는 한서대 사관후보생 연정흠군과 함께 달렸다. 굳게 맞잡은 손을 수건으로 묶은 채 5㎞를 완주했다. "왼쪽에 모퉁이가 있습니다" "거의 다왔습니다. 힘내세요." 한씨의 눈을 대신한 연군의 섬세하고 안정적인 가이드는 믿음직했다. "처음 참가한 마라톤인데 결과가 좋아 기쁩니다. 학생이 리드를 잘해줬어요.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씨는 비범한 속도로 비장애인들을 앞질러 결승선을 통과한 후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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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어울림마라톤은 장애인 가족들의 행복한 축제였다. 온가족이 함께 달리며 서로를 응원했다. 위쪽부터 지체장애 5km 마라톤에 출전한 안경희씨 가족, 전날 함께 1박2일 마라톤 테마여행에 나선 김형자씨 가족과 박혜경씨 가족.

장애인 사격 메달리스트 출신의 안경희씨(46) 가족은 함께 마라톤 도전에 나섰다. 스포츠 마니아인 남편 김주홍씨(46)는 10㎞를 뛰었다. 안씨는 아들 김묘준군(12)과 함께 5㎞를 완주했다. 엄마의 휠체어를 밀며 첫 마라톤 도전에 성공한 김군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재밌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인터뷰중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옷깃을 잡아끌었다. "우리엄마 2등 했어요! 사진 찍어주세요." 지체장애인 여자부 5㎞에서 2위에 오른 김형자씨(35)의 딸 수민(8)이었다. 충남 천안에 사는 김씨는 남편, 세딸과 함께 어울림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들에게 어울림 마라톤은 '1박2일'의 테마여행이었다. 충남장애인체육회 소속의 이웃가족과 함께 미니밴을 타고 왔다. 전날 안면도 팬션에서 맛난 저녁을 먹고, 행복한 불꽃놀이를 즐겼다. 이튿날 공룡박물관에 가기 전 마라톤에 나섰다. 엄마의 깜짝 메달로 딸들은 행복해졌다. 첫 완주에서 보란듯이 2위에 오른 엄마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위험하고 힘들다"며 아내의 출전을 만류했던 남편 김대성씨(44) 역시 "자랑스럽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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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남어울림마라톤에서 김용환 문체부 차관이 휠체어를 힘차게 밀며 출발하고 있다.

차관님도, 총장님도 함께 뛴 '어울림' 마라톤

"초반에 휠체어를 밀면서 너무 오버페이스를 해가지고…. 하하." 김용환 문체부 제2차관 역시 활짝 웃는 얼굴로 5㎞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했다. 손진호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이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손 총장은 42.195㎞ 풀코스는 물론, 100㎞ 울트라마라톤까지 참가했던 자타공인 '마라톤 마니아'다. 숙련된 페이스메이커 덕분일까, 김 차관은 상위권으로 여유있게 5㎞를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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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뒤에 선 채 출발 테이프만 끊고 사진 촬영만 하고 돌아설 줄 알았던 이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는 인상 깊었다. 스타트 신호와 함께 장애인선수의 휠체어를 힘껏 밀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1.5㎞ 지점에서 다시 만난 김 차관은 안정적인 속도로 장애인들과 어우러진 채 마라톤을 즐기고 있었다. "참여가 중요하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과 경험해보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팔을 번쩍 치켜올렸다.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스포츠 선진국으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막연히 머리로 생각했던 것보다 함께 체험하고 공감하니 행복하다"며 완주 소감을 전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눈과 다리가 돼주고, 동반자가 돼주는 사회, 이런 '아름다운 동행'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하프마라톤 출전자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무렵에야, 비로소 빗방울이 후두둑 들이치기 시작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하늘과 바다의 '어울림'이 완벽했다.


태안=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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