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KT 농구를 겨우내 챙겨봤습니다." "꼭 한 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김시진 신임감독과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 마치 TV 드라마에서 안타깝게 서로 등을 돌려 마주치지 못하는 인연이 될 뻔했던 두 사람이다. 김 감독과 전 감독 사이에 어떤 재밌는 사연이 숨어있을까.
김 감독과 전 감독은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팀의 감독으로 재회하게 됐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함께 만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만 품고있었을 뿐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 사이였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판에 치달은 지난 9월. 넥센 감독이던 김 감독은 부산 원정경기에 와 사석에서 KT와 전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겨울 야구가 없으면 늘 KT의 농구 경기를 챙겨본다. 딸은 KGC 팬이라 신경전을 벌일 때도 있다"고 웃으며 "전 감독님의 선수단 운용과 철학 등을 보면 같은 프로 구단 감독으로서 참 배울 점이 많다. KT 선수들이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야말로 전 감독의 팬임을 자처한 것. 야구단 감독이 같은 종목이 아닌 농구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는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김 감독은 당시 "야구와 농구의 시즌이 겹치지 않다보니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당시 넥센과 KT는 부산 경기를 펼칠 때 같은 호텔을 사용했다. 단, 넥센이 플레이오프에 오르고 롯데와 상대를 해야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겹칠 수 있었다. 사실상 따로 특별한 시간을 내지 않는 이상 만나기 어려웠다.
재밌는건 전 감독도 평소 김 감독의 팬이었다는 것. 전 감독은 김 감독이 넥센에서 경질된 후 "나 역시 투수 조련에는 최고 전문가인 김 감독님을 꼭 한 번 뵙고 인사드리고 싶었었다"며 아쉬워 했다. 말 뿐이 아니었다. 전 감독은 지난 9월22일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농구단 모기업인 KT와 넥센간의 이벤트가 당일 진행된 점도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김 감독과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섭외에 OK 사인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시구를 5일 앞둔 17일 김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전격적으로 경질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전 감독이 이미 약속한 시구 스케줄을 취소하기도 힘들었다. 전 감독은 "참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구에 나섰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찌됐든 쉽게 이어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이제는 부산에서 확실히 이어지게 됐다. 58년생인 김 감독이 63년생인 전 감독에 한참 형님이다. 과연 두 사람의 인연이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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