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亞체조선수권 깜짝3위 고예닮"첫무대에서 메달 딸 줄은..."

by 전영지 기자
Advertisement

"첫 출전한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딸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Advertisement

11일 밤 중국 푸톈에서 열린 아시아체조선수권에서 '18세 소년' 고예닮(수원농생고)이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전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총점 86.300점으로 중국의 류룽빙(90.050점), 저우스슝(89.450점)에 이어 개인종합 3위를 기록했다. 일본, 북한의 내로라하는 베테랑 에이스들을 줄줄이 따돌렸다. 2008년 김수면(포스코건설)의 개인종합 동메달 이후 4년만의 쾌거다.

한국팀에게 이번 아시아체조선수권은 차세대 선수들의 시험대였다. 런던올림픽 멤버인 김지훈 김승일 김수면 양학선 김희훈 대신 1994~1996년생 고등학생들로 엔트리를 꾸렸다. 출전국 가운데 최연소였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겨냥했다. 우락부락한 근육맨들 틈새로 한국 소년들의 앳되고 당찬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첫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침착하게 펼쳐보였다. 단체전에서 2위 일본과 총점 0.3점차, 3위 북한과 0.2점차로 메달을 놓쳤지만, 후회없이 선전했다. 가능성을 보여줬다. 개인종합에서 따낸 고예닮의 동메달은 그래서 더욱 값졌다.

Advertisement

고예닮은 담담하고 침착했다. 예기치 않은 동메달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을 뿐, 들뜬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니어 무대 첫 메달 후 하룻밤새 많은 일을 경험했다. 난생 처음 외국기자들이 몰려든 기자회견에 나섰다. 난생 처음 도핑테스트도 받았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2시간 넘게 애도 먹었다. "이런 것도 하는구나, 신기하다"며 웃었다.

고예닮은 수원 영화초등학교 4학년때 빠른 발과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체조를 시작했다. 이후 줄곧 에이스의 길을 걸었다. 지난 7월 KBS전국체조대회 5관왕에 올랐고, 10월 대구전국체전에선 12년만에 모교 수원농생고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체전에서 개인종합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이준호(17·충북체고)에게 1위를 양보했다. 고예닮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고 했다. "손목 부상으로 출전을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은메달까지 따게 돼 감사했다"고 했다. 담담한 성격은 목사님인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늘 말없이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또래들이 겪는 방황이나 슬럼프도 없었다. "아파서 쉰 적은 있지만 하기 싫어서 도망간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물론 힘들다.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하게 할 일만 생각한다"며 웃었다. 고예닮은 여전히 체조가 재밌다. 무엇보다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이 재밌단다. 또래들과 함께 나선 생애 첫 국제대회도 "떨리기보다 재밌었다"고 했다.

Advertisement

목표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메달이나 대회를 목표로 한 적은 없다. 내것을 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냥 재밌게 내것만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인 일본 에이스 우치무라 코헤이다. "보고 싶냐"는 '우문'에 선수다운 '현답'이 돌아왔다. "보고싶은 게 아니라, 한무대에서 같이 뛰어보고 싶다."

고예닮은 걸출한 대표팀 선배 김승일(27 한양대 대학원)을 쏙 빼닮았다. 김승일은 영광고 3학년 때인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마루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태극마크를 단 첫해 열린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10년간 남자체조 간판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고예닮 역시 졸업을 앞두고 나선 첫 국제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내년 초 한양대에 입학, 김승일의 직속 후배가 된다. 눈부신 스타덤을 예고하고 있다. 생애 첫 아시아선수권 동메달의 의미를 스스로 "출발"이라 정의 내렸다.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덕담에 "노력해야죠"라며 짧게 답했다. '출발대'에 선 고예닮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즐거울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