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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복 입은채… LG, FA협상 1시간만에 끝났다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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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집안단속에 걸린 시간은 고작 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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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내부 FA(자유계약선수) 이진영 정성훈(32)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우선협상기간이 시작된 지 3일만인 지난 12일 오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선수와의 합의로 세부조건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지만, 4년 34억이라는 '대박'이었다. 동갑내기 절친 답게 이진영과 정성훈은 똑같은 액수를 받고 함께 웃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지난해와는 협상테이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지난해 말 LG는 내부 FA 3인방(이택근 조인성 송신영)을 속절없이 놓쳤다. 게다가 선수들은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구단과 사인했다. 그리고 입을 모아 말했다. 'LG가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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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FA시장에서 LG는 절대적인 '큰 손'이었다. 하지만 그간 FA의 폐해를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 구단은 계약에 신중했고, 협상테이블에 앉은 실무자는 미리 산정한 금액을 들고 고자세로 일관했다. 가만히 앉아 선수들의 심경 변화만 기다렸지만, 이미 그들의 마음은 떠난 뒤였다.

1년 내내 공들인 협상, 사인하는데 고작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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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였을까. 올해 LG는 단장이 직접 운영팀장을 겸직하는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4년 전 한 차례 거액의 FA 계약을 안긴 기억이 있지만, 선수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은 법. LG는 시즌 초부터 이진영과 정성훈의 마음을 잡는데 주력했다.

12일 오후 4시. 약속한 첫 만남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진영-정성훈 순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성훈이 먼저 구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첫 만남에 바짝 긴장해 있던 구단 관계자들은 정성훈의 옷차림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정성훈이 미처 하의를 갈아입지 않은 채 군복 차림으로 온 것이다. "뭐가 그리 급하게 왔나"라며 편하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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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대화가 오가고, LG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정성훈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도장을 찍는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구단의 배려, 그리고 김기태 감독님을 생각하면 남는 게 당연하다"며 흔쾌히 사인했다. 오히려 정성훈이 구단에게 고마움을 표할 정도였다. 지난 주말 자신의 몸값에 대해 '40억원이다, 52억원이다'는 구체적인 설이 나오고, 주변에서 시장에 나가보라는 권유도 많았다. 하지만 정성훈은 '의리'를 택했다.

지난 2008년 11월30일 LG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식을 하고 있는 이진영과 정성훈. 스포츠조선DB

뒤이어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이진영도 정성훈과 함께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달려온 상태. "성훈이가 예비군 훈련을 일찍 마치고 자기 혼자 가더라"며 툴툴 거리던 이진영도 금세 도장을 찍었다. 둘과 대화한 시간은 총 1시간 30분. 계약 외적인 대화를 제외하면, 고작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FA시장 최대어 둘의 협상이 1시간만에 끝난 것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리더 김기태와 절친한 후배 둘, 서로가 서로를 위하다

사실 둘의 잔류에는 김기태 감독의 영향이 가장 컸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알게 모르게 둘을 배려했고, 구단 측에 이진영과 정성훈은 '대체 불가능한 선수'라며 잔류의 당위성을 어필했다. 그 결과 가장 마음이 움직인 건 당사자인 이진영과 정성훈이었다.

둘은 '초보 감독'인 김 감독을 앞에서 도운 이들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최근 LG 사령탐들이 하지 못했던 '선수단 장악'만큼은 확실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팎의 악재로 인해 지난해보다 한참 부족한 전력에도 초반 선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경기 중엔 호랑이 같다가도 시합 전이나 후, 사석에서 따뜻한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마냥 풀어준 건 아니었다. 미리 세운 규율을 어겼을 땐 상응하는 벌이 따랐다. 여기엔 고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가장 컸다. 때론 감독을 흔들기도 했던 고참들에게서 불평 불만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선수단이 장악됐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이진영과 정성훈의 역할도 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둘은 김 감독과 뗄래 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진영은 신인 때부터 SK에서 최고참이었던 김 감독과 한 방을 쓰면서 수많은 타격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정성훈은 김 감독의 광주일고 직속 후배다. 일찌감치 김 감독의 진심에 감화된 둘은 외부 FA답지 않게, 선수단 전면에 나섰다.

둘은 향후 수년 간 LG의 주축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이진영과 정성훈 모두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하향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정성훈의 경우엔 오히려 올시즌 4번타자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여줬다. 성적 뿐만이 아니다. 이제 둘은 당당히 선수단의 중심에 서야 한다. 김 감독과 절친한 후배 둘, 그리고 LG의 행복한 동거. 이제 시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지난해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원정팀 덕아웃을 향해 경기 취소 사인을 보내고 있는 이진영과 정성훈.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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