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는 시즌 전만 해도 4강 후보란 소릴 들었다. 귀화혼혈 FA 전태풍을 영입한 데 이어 외국인선수는 국내에서만 5시즌을 뛴 '한국형 용병' 테렌스 레더를 데려왔다. 여기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신인 최진수와 트레이드 후 환골탈태한 김동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력 누수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김동욱은 전력의 중심에 있었다. 오리온스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김동욱에게 보수 총액 4억5000만원(연봉 4억500만원, 인센티브 4500만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선사했다. 연봉이 무려 87.5%가 올랐다. 계약기간은 5년이나 됐다. 시즌 중반 팀에 들어왔지만, 금세 팀의 중심에 선 그에게 팀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하지만 김동욱은 현재 코트에 없다. 지난 13일 왼 발목 수술을 받았다. 시즌 전부터 시달려온 고질적인 왼 발목 통증이 문제였다.
검사 결과 아킬레스건 등 두군데 염좌가 발견됐고, 발목에 돌던 뼛조각이 발등에 웃자란 뼈와 충돌해 통증이 극심해졌다.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경기력의 기복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뼛조각을 제거하고,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았다.
김동욱은 마산고 재학 시절 휘문고의 방성윤(은퇴)과 함께 '천재' 소릴 들었다. 좋은 하드웨어에 탁월한 농구 센스까지.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고려대에 진학한 김동욱에겐 이내 '게으른 천재'란 꼬리표가 붙었다. 성장세는 더뎠다. 농구계의 평가는 점점 안 좋아졌다.
결국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삼성에서 소금 같은 존재로 거듭났다. '자기만 안다'는 나쁜 시선도 사라졌다.
삼성에서 주축으로 뛰다 지난해 말 트레이드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됐다. 새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면서 또 한 번 진화했다.
이제 김동욱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FA 대박을 치고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시 예전처럼 '게으른 천재' 소릴 들을 지도 모른다. '먹튀'란 오명도 따라올 것이다.
일단 FA 첫 시즌은 그의 바람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예상 복귀 시점은 4라운드가 한창일 내년 1월이다. 정규시즌은 6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성실히 재활에 임해 늦지 않고 복귀하는 게 김동욱의 지상 과제다. 아직 그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김동욱은 여전히 오리온스의 중심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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