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할 여건이 안 되는 세입자에게 더 큰 집을 지어놨으니 들어가라는 격이다.
서울시가 내년 말 고척돔구장 완공을 앞두고 22일 '서울시 2020 체육정책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세 팀 중에서 한 팀을 고척돔구장으로 유치하고, 프로야구계의 숙원사업인 관중 4만명 수용 규모의 잠실구장 신축은 유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의 계획과는 달리 두산과 LG, 넥센 히어로즈는 연고지 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야구계는 서울시가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야구 구단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고척돔구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떠넘기려 한다고 성토한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열며 황금기를 맞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했지만, 낙후된 경기장 문제를 고민해 왔다. 그런데 왜 국내 유일의 돔구장 완공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고척돔구장, 태생부터 문제다
당초 고척돔구장은 프로야구가 아닌 아마야구를 위한 구장이었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디자인센터를 짓겠다며 한국야구의 모태 동대문구장을 헐었다. 아마야구의 메카인 동대문구장 대체구장으로 공사를 시작한 게 2만2000석 규모의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구장이다.
당초 하프돔구장으로 설계됐던 고척돔구장은 오 전 시장의 지시로 설계를 변경해 돔구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갑자기 설계를 바꾸면서 올 7월 예정이던 개장 시기도 1년 넘게 늦춰졌다. 제대로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일을 진행하면서 건축비용이 1000억원대로 치솟았다. 서울시는 당초 고척돔구장 기념으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유치했는데, 완공이 늦어져 지난 8월 대회를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에서 치렀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경기 일정이 바뀌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고척돔구장이 야구계와 별다른 협의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야구인들은 서울시 외곽에 위치한 고척돔구장이 프로야구 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서울 서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고척돔구장은 우선 잠실구장이나 목동구장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도 이용이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주차장 시설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니다. 500대 수용 규모의 주차장이 있는데, 대형할인마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유지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다. 돔구장 특성상 항시 에어컨과 환기시설을 가동해야 한다. 야구인들은 한해 시설 관리 유지비로 1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추산한다. 아무리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프로야구팀이라고 해도 두산, LG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당초 경기장 건립 취지대로 아마야구계가 돔구장을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설계변경과 이에 따른 관리 비용 증가로 고척돔구장 활용이 어려워지자 엉뚱하게 서울 연고 프로야구 팀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시에 쏠리는 냉소적인 시선
두산과 LG가 사용하고 있는 잠실구장과 히어로즈의 홈구장 목동구장 모두 서울시 소유다. 세 팀 모두 서울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프로팀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일 처리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프로야구계가 고척돔구장에 냉소적인 것은 서울시가 그동안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 잠실구장 광고권을 팔아 한 해 7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히어로즈도 올해 목동구장 사용료와 사무실 임대료, 관중수입, 광고수입 등 20억원을 서울시에 냈다. 그런데도 잠실구장은 여전히 원정라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을 정도로 낙후돼 있다. 올시즌 목동구장은 경기중에 두 차례나 조명이 꺼져 경기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존 시설 관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원하지도 않았던 고척돔구장을 만들어 놓고, 일방적으로 입주를 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이다. 서울 연고구단의 한 관계자는 "관중석의 방향도 야구인과 상의없이 설계를 해서 그런지 어색하게 만들어져 있더라"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척돔구장 활용법에 대해 "프로야구팀 유치가 어려우면 비오는 날만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야구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한 어처구니 없는 탁상공론이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시즌 개막에 앞서 정해진 한 해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KBO는 이동거리, 상대팀 등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스케줄을 만들고 우천 등 변수를 고려해 예비일까지 정한다.
프로야구팀은 뜨내기가 아니다
프로구단에게 연고지역 팬과 홈구장이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두산과 LG는 20년 넘게 잠실구장을 사용해 왔다. 수십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프로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 뿌리를 내렸다.
서울 연고 구단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대체 프로야구에 대해 뭘 알고 저러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구단들이 피땀을 흘려 일궈놓은 걸 한번에 포기하라고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2008년 히어로즈가 목동구장에 둥지를 틀었을 때만해도,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소음과 조명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지난 5년 간 지역 밀착 마케팅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홈구장을 옮기라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모기업이 따로 없는 히어로즈로선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야구인들은 서울시가 힘없는 히어로즈에 거센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 시절 연고지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히어로즈는 이 문제에 더 민감하다. 현대는 인천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히어로즈가 현대 구단을 뼈대로 목동구장에 정착했다.
목동 주민 4000여명은 이번 시즌 종료 직후 히어로즈 연고지 이전 반대 탄원서에 사인을 했다. 굴러온 돌 히어로즈가 우리동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고척돔구장 문제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잠실구장 신축 문제는 더욱 요원해지는 것 같다. 프로야구 발전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서울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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