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이 세번째로 청룡을 거머쥐었다. 이미 '파이란'과 '올드보이'를 통해 2001년과 2003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최민식은 올해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를 통해 또 다시 진가를 인정받았다. 한국 최고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버릴 것 없는 필모그라피
최민식은 말이 필요없는 배우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최민식은 1989년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꾸숑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1994년에는 '서울의 달'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다. 1997년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넘버3'에서 욕잘하는 검사 마동팔 역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최민식은 1998년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영화 '쉬리'에서 북한 특수 8군단 테러리스트 박무영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한국의 알파치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피엔드'에서 불륜을 저지른 아내 전도연을 살해하는 샐러리맨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했고 2001년 '파이란'에서는 홍콩배우 장바이쯔(장백지)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파이란'을 통해 그는 생애 처음 청룡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작품도 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와 2001년 '친구'는 그가 놓쳐서 가장 아쉬워하는 작품들이다. 최민식은 한 토크쇼에 출연해 "사실 'JSA'에서 송강호가 맡았던 역, '친구'에서 유오성이 맡았던 역의 제의가 들어왔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출연은 고사했지만 두 작품은 각각 580만, 820만이라는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만해도 본인 역시 출연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을 터. 하지만 최민식에게는 그 인생의 최고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는 모토의 오대수가 바로 그다. 최민식이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는 영화 '올드 보이'는 그에게 두번째 청룡 남우주연상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올드보이'는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고 영화 한류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를 살려주는 배우, 최민식
푸근한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으로 친근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그는 한때 살인마 연기로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친절한 금자씨'나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태연하게 사람을 죽이는 캐릭터들을 선보였다. 그만큼 연기 스펙트럼의 폭이 광활한 배우가 바로 최민식이다.
또 최민식은 남자 주인공들이 투톱을 이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품에서 상대 배우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배우로도 꼽힌다. '쉬리'에서는 한석규와 대척점을 이룬 캐릭터로 관객들을 흥분시켰고 '올드보이'에서는 유지태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이끌어내 그를 톱배우 반열에 오르게 했다.'주먹이 운다'에서는 류승범과,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이병헌과 호흡을 맞춰 작품의 질을 높였다. 때문에 그는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함께 하고픈 남자 배우'로 꼽히고 있다.
이번 '범죄와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서 최민식은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하정우와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선보이며 올 초 극장가를 접수했다. 1982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최민식은 '반건달' 최익현 역을 맡아 허세가 가득하면서도 때론 비굴해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맛깔나는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하정우는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감독과 함께 '최민식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뛸듯이 기뻤다"며 "'범죄와의 전쟁'은 '배우 최민식'으로 시작해서 '배우 최민식'으로 끝나는 작품이다"라고 대선배를 치켜세웠다. 덧붙여 그는 "최민식은 현장에서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항상 감독의 지시를 몸으로 보여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배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민식은 수상이 결정된 후 "하정우를 비롯한 선후배 동료, 스태프들과 나누고 싶다. 얼마전 한 기사를 읽고 오늘도 시상식장에 오는 길에 그 기사를 또 봤다. 오늘운 잔칫날이다. 영화를 마무리하는 잔칫날에 상도 받아 기분이 좋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굉장히 무겁다. 주제넘게 한마디 하겠다. 어떤 동료 감독이 자기 자식같은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지금 잔치를 하지만 우리 동료감독 누구는 쓴 소주를 마시며 비통에 젖어 있을 것이다. 그 잔칫날에 이런 동료가 없었으면 좋겠다. 제도적으로 상생할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맛대고 상의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의미있는 소감을 전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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