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프로야구 팀들이 한 시즌이 끝난 뒤에 마무리 훈련캠프를 차린다. 이 캠프에서는 말 그대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성격을 지닌 훈련이 진행된다. 야구단이라는 한 단체를 개인에 비유하자면, 마무리 훈련캠프는 본격적인 운동을 한 뒤에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몸풀기 체조같은 형식이다. 그래서 마무리 훈련 기간에 새로운 기술이나 전술을 익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연스럽게 마무리캠프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고, 훈련 내용도 타이트하지 않다. 심지어 시즌 중 체력소모가 많았던 주전이나 나이가 많은 베테랑들의 경우에는 아예 캠프 자체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즌 성적이 크게 나빴던 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마무리훈련에서부터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강훈을 강조하는 것은 대부분 하위권 팀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올해 KIA가 바로 그랬다. 시즌 개막 전 삼성과 함께 우승을 다투리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결과는 처참한 포스티시즌 진출 실패. 고향팀의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이나 '레전드'의 귀환을 반겼던 팬들 모두 큰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뤄진 것이 45일의 '장기' 마무리 캠프다. 보통 해외 스프링캠프가 1월 중순에 시작돼 2월 말에서 3월 초순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KIA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는 거의 스프링캠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선 감독과 KIA 선수단이 절박했다고 봐야한다. 일반적인 마무리캠프의 목적이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게 아니라 떨어진 밸런스와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KIA의 이번 마무리캠프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렇다면 KIA는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한달 보름간 실시된 마무리 캠프를 통해 어떤 소득을 올렸을까. 내부에서 바라보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심리적 공감대의 형성'이었다. 캠프를 마친 이용규는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한 것 같다. 물론 훈련량도 많았지만, 서로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공감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심리적 공감대의 형성은 어쩌면 지금의 KIA에 가장 필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KIA의 전력구성은 좋은 편에 속한다. 올해 초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과 함께 KIA를 '2강'으로 손꼽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에이스 윤석민을 필두로 한 선발진이 탄탄한데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확실한 중심타선 그리고 이용규 김선빈 안치홍 등 호타준족의 타자들이 고루 포진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 게 2012시즌 KIA의 모습이다. 주요 선수들이 줄지어 부상을 당하면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가진 전력의 절반도 채 쓰지 못하며 상대에 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패배감이 깊어졌고, 이는 팀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자칫 이런 분위기가 길어질 경우 내년 시즌 역시 조직력있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해외에서의 훈련을 통해 KIA는 체력을 회복하는 것 못지 않게 '조직력 강화'라는 부가 소득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범호와 최희섭 등 부상선수 뿐만아니라 FA로 이적한 김주찬까지 캠프에 합류하면서 전력이 집결한 모습으로 캠프를 마칠 수 있었다는 점 역시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의 성과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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