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날과 둘째날 새벽에 이르기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 그렇게 활달하게 놀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연기와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연극배우의 신들린 재능에 놀랐고, 그림과 조각과 사진과 글에서 모두 경지에 오른 천재작가의 축복에 놀랐고, 가무를 즐기는 스님의 소통력에 놀랐다.
초겨울밤의 꿈과 같은 날이었다. 그들이 내려받은 예술적 재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루종일 이 생각을 곱씹어야 했다.
박후기 시인의 초대를 받아 약천문학제(1일, 용인 경기박물관)에 갔다. '문학, 탈문학을 용인하다'는 컨셉으로 진행된 이 문학제는 매년 용인에서 개최되는 문학의 밤 행사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난 뒤 박 시인은 뒤풀이에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타를 치며 끝없이 노래를 불렀다. 수준급이었다. 나한테 "이렇게 재미있고 즐겁게 놀면 돼지요. 뭐"라며 귀엣말을 했다. 갑자기 휴지를 떼어가지곤 테이블 둘레를 뛰어다니며 수건놀이를 하자고도 했다. 별로 동조를 안하니 제풀에 꺾여 그냥 자리에 앉았다. 그의 서정적인 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약간 당황할 수 밖에. 아, 시인을 시로서만 생각할 건 아니구나. 저렇게 '촐삭대도' 정말 깊은 시를 쓸수 있는 것이구나. 중요한 건 자연을, 또 인간을 통찰할 수 있는 마음과 눈이구나.
나는 이날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연극배우 이경희의 연기에도 쏙빠졌다. 치매에 걸린 노모가 그의 몸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섬뜩했다. 뒷풀이에서 그의 감춰둔 재능을 보지 못했으면 아쉬울뻔 했다. 창이면 창, 가요면 가요, 춤이면 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배우가 아니었으면 작두타는 무당이 됐을 거라는 느낌을 가졌다. 나는 그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서울에서 용인까지, 용인에서 또 안성까지 운전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야했던 것이다. 그의 카리스마에 눌려 찍소리 못하고 '옙'하고 순응했다. 결과적으로 내 몸은 피곤했지만, 나의 정신은 충만했다. 그에게 감사한다.
이어 문순우 작가와의 만남. 안성까지 30분쯤 걸릴거라는 얘기에 아무 의심없이 문순우 작가 부부를 모시기로 했다. 가다보니 다왔다 다왔다 하는데 한시간이 넘고, 30분이 더 지나고. 불빛도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가다가다 겨우 도착한 곳. 들어와서 커피나 한잔하라고 가라는 말씀에 너무 늦었으니 그만 가야되는 거 아니냐며 거절했던 나의 무지.
나는 그의 작업실에서 피안을 찾았다. 마음 속에 그리던 나의 이상향이 온전히 거기에 있었다.
작업실 내부의 바닥이며 지붕이며 문이며 골격이며 작품이며 오디오며 와인이며 모든 게 다 '그 자리'에 있었다. 와인을 마셨고, 치즈를 먹었고, 숙성된 깍두기를 먹었고, 1억5000만원에 이른다는 오디오 시설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을 음미했다. 그리고 그의 예술을 들었다.
모든 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왔다. 그의 살아온 삶과 예술을 어렴풋이나마 알수 있었다. 무지해서 괴로운 나의 영혼이여. 나는 그날 새로운 눈을 찾았다. 이제 이날 본 모든 것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감미로웠던 하루의 향기는 그렇게 흘렀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문순우 작가(왼쪽)와 연극배우 이경희가 경기도 안성 문 작가의 작업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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