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한화 코치는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등 공으로 하는 모든 종목의 만능 스포츠맨. 야구실력 못지 않게 골프 실력도 코치급 야구인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2009년 야구인골프대회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평소에 80타 안팎을 치는 싱글골퍼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인 1999년 머리를 올렸으니 구력 13년이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골프를 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일본에서는 스프링캠프 때 휴일이면 골프를 즐기더란다.
3일 야구인골프대회에 참가한 이 코치는 현장에서 다른 조에 있던 후배인 정민철 한화 2군 투수코치를 같은 조에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골프에 익숙하지 않은 정 코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 코치와 노재덕 한화 단장과 함께 라운딩을 한 이 코치는 골프실력 이상으로 입담도 빼어났다.
라운딩 중반에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자 캐디가 "맞바람이 불어요. 바람을 조심하세요"라고 조언을 했다. 그러자 이 코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은 내 별명인데.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라고 말해 동반자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열성 한화팬인 캐디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던 이 코치에게 친절하게 코스를 설명하자 다시 한마디 툭 던졌다.
"(정)민철아, 우리가 살면서 들어서 손해안 볼 이야기가 세가지 있다. 집사람 말과 자동차 네비게이션 안내, 그리고 캐디 조언이야."
이 코치의 전라도 억양이 섞인 입담은 계속됐다. 드라이버 샷이 잠시 흔들리다가 후반 비거리가 300야드 가까이 나오자 이 코치가 다시 준비한 멘트를 날렸다.
"입맛이 돌만하니까 쌀이 떨어져부렸다. 민철아."
정 코치도 지지 않았다. OB가 된 공을 찾으러 이 코치가 달려가자 "종범이형, 도루하는 것처럼 달려가네요"라고 했다.
이 코치가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마지막 멘트도 재치가 넘쳤다.
마지막 홀에서 때린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총알처럼 날아가자 이 코치가 또 한마디 했다.
"일본말 애써 다 배워놨더니 광복절이네." 이 코치가 입을 열 때마다 정 코치와 노 단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천=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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