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 시즌이 한창인 유럽, '잘 나가는' 태극전사 중 하나로 기성용을 꼽는 건 당연해 보인다. 지난 시즌 순위보다 조금 더 약진한 소속팀 스완지의 분위기도 괜찮은 편이며, 이적 직후 별다른 적응 기간 없이 제자리를 꿰찬 기성용의 역할도 만족스럽다. 대한민국의 허리를 책임지는 그의 특기와 장점들이 EPL 무대에서도 통하는 모습에 때로는 짜릿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욕심이 나길 마련이다. 지난 7년간 맨유에서 더없이 화려한 커리어를 써낸 박지성의 선례처럼 이 선수 또한 조금 더 큰 물, 조금 더 큰 클럽에서 놀아봤으면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이 선수가 이른바 '월드클래스'에 근접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땐, 아직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스코틀랜드 땅에서 단련을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기성용의 '수비 능력'은 몰라보게 성장했는데, 스완지에서는 그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결정적인 태클로 위기를 넘긴 적도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리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다. 체력적인 탓, 맡은 임무 탓, 이런저런 이유가 따르겠지만 어쨌거나 파트너 브리턴과 비교했을 때 수비 범위나 적극성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지난 아스널전을 잠깐 살펴보자. 측면에서 패스를 받은 제르비뉴가 중앙으로의 침투를 시도한다(①단계). 이를 저지하려던 브리턴이 전진했고, 이로 인해 노출된 뒷공간은 노란색으로 표기한 기성용의 몫이었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견제를 해줘야 아스널의 공격을 곧장 끝낼 수 있었다(②단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압박을 가하지 못해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두자, 이후에는 볼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포돌스키를 잡으려던 중앙 수비 치코가 따라 올라오면서 수비 뒤-골키퍼 앞 공간을 노출했다(③단계).
함께 올라와 이를 차단했다면 모를까, 이 상황에서 포돌스키가 센스 넘치는 패스로 뒷공간으로의 연결에 성공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다. 윌리엄스-치코 라인은 무너졌고, 패스를 주고 돌아들어 가던 제르비뉴가 침투에 성공해 실점 위기로 이어지기 직전이었다. 다행히 오른쪽 측면 수비 앙헬 랑헬이 부랴부랴 들어와 수비 과정에 동참했고, 골키퍼 트레멜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다이빙하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④단계). 측면에서 시작된 이 장면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줄곧 노출해온 문제이기도 한데, 이 경우엔 기성용이 조금 더 움직여줘야 페널티 박스 내에서 수적 우세를 가져갈 수 있다.
우리 모두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듯, 축구 선수들 또한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레벨만 올라가면 입맛에 맞게 능력치를 찍을 수 있는 게임과는 달리, 모든 능력치를 고루 갖추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기성용이 보유한 능력에 아군과 적군의 페널티 박스를 수시로 오갈 수 있는 스타일을 당장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이며, 그의 장점을 더욱 살리기 위해선 그 방법 또한 정답일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부분을 포기하기엔 이 선수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너무나도 아깝지 않은가.
파트너로 기용된 브리턴이 주위에서 기동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움직이면서 싸워주고, 기성용은 볼을 조금 더 정확하게 운반하면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역할 분담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파트너가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기엔 팀이 희생해야 할 부분도 많을뿐더러, 기성용 자신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 확실한 건 기성용에게도 '최소한'의 수비 분담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런 기성용에겐 '최소한의 성실함'을 근간으로 '공간을 미리 점유할 줄 아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케디라의 보필을 받는 알론소이지만, 상대 공격을 잘라내는 그의 커팅률은 결코 낮지 않다. 미친 듯 뛰지는 못하는 대신 수비적인 맥을 잘 짚어내고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다. 어쩌면 기성용에게도 이런 식의 작업에 조금 더 공을 들일 시점이 온 듯하다. 답답해도 대신 뛰어줄 수가 없다. 단지 조금 더 보완해 발전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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