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지명이 됐으면 좋겠어요."
겨울 한파 만큼 어려운 취업시장. 여자축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잇단 팀 해체 속에 위기에 봉착한 WK-리그다. 수원시설관리공단(수원FMC)가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수명을 연장했으나, 충남 일화는 결국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나머지 팀들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과 같기는 마찬가지다. 남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축구를 업으로 삼고 꿈을 키워오던 여자 선수들 입장에서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7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3년 WK-리그 신인 선발 드래프트의 열기는 뜨거웠다. 47명의 신인들이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드래프트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7개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직원들 역시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선수 선발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 문턱에 선 선수들이나 팀이나 긴장감은 매한가지였다.
선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희비가 갈렸다. 호명된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나머지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탄식을 하면서 드래프트 상황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7명의 팀이 모두 선수를 지목한 것은 1라운드가 유일했다. 2라운드부터는 속속 이탈자가 나오면서 긴장감은 한층 더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반된 한숨이 드래프트장을 감쌌다.
7팀이 지명한 선수는 총 20명, 47명의 참가자를 감안하면 '취업 경쟁율'은 2.35대1이었다. 각 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축하를 받으면서 무대에 올랐다. 나머지 27명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발길을 돌렸다. 이날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나 호명을 받지 못했던 한 선수는 "운동 밖에 모르고 달려왔는데 막막하다. 각 팀에서 실시하는 번외지명에 기대를 걸어 볼 생각"이라고 말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가족에게 드래프트 상황을 전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의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3명의 선수를 선발한 이성규 수원FMC 감독은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은 다 뽑았다"면서 "더 많은 선수들을 선발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양 대교 구단 관계자 역시 "(구단에) 정해진 인원이 있는 만큼, 선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체 1순위의 영광은 이영주(20·한양여대)가 안았다. 지명팀은 군 팀인 부산 상무다. 이영주는 상무 입단으로 2개월 간의 군사훈련을 포함해 3년 간 부사관 신분으로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지명된 것 만으로도 감격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영주는 "1순위로 지명될 줄도, 상무로 갈 줄도 몰랐다. (이미연) 감독님이 내가 웃고 있어서 뽑았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군사 훈련에 대해서는 "우울해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 아니냐. 부모님이 조금 걱정하시긴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하니까 그냥 넘기시더라"며 젊은이 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희비가 엇갈린 신인들과 달리, 일화 해체로 갈 곳을 잃었던 5명의 선수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미드필더 이현영과 곽지혜, 수비수 문성미, 공격수 강유미, 골키퍼 강가애 모두 각 팀의 지명을 받으면서 새롭게 축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팀 해체로 당장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여 있었던 만큼, 기쁨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현영은 "연맹에서 결정을 미뤄서 이도 저도 못하고 붕 떠 있는 심정이었다"면서 "새 팀을 찾아서 다행이다. 팀이 정해진만큼 열심히 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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