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90타점 꼭 해낼거에요."
2012년 겨울, 그 어느 때보다 살을 에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롯데 손아섭의 겨울은 따뜻하다. 올시즌 최다안타왕을 차지한 손아섭은 생애 처음으로 타이틀 홀더가 돼 여기저기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11일,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을 확정짓는 기쁨을 맛봤다. 89.2%(351표 중 313표)의 득표율로 최다득표의 영광을 누린건 보너스였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 때는 "앞으로 롯데의 미래를 짊어질 외야수의 등장"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올해는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외야수의 등장"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리게 됐다.
3년 연속 3할 기록과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과 최다득표, 그리고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이제 손아섭에게는 더 이상의 목표가 없어질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심쟁이' 손아섭은 달랐다.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SNS 소개 메시지를 바꿨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자 섭아(아섭을 줄여 부른 애칭). 더 큰 꿈을 향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후, 손아섭에게 "내년 시즌에는 어떤 목표를 세웠느냐"고 묻자 거침없이 "20홈런, 90타점을 기록하는 타자가 될겁니다. 물론, 타율도 떨어뜨리지 않을거고요"라며 밝게 웃었다. 손아섭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3할1푼4리 5홈런 58타점. 2011 시즌에 15홈런 83타점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결코 달성이 쉽지 만은 않은 목표다. 본인도 이를 잘 안다. 하지만 자신감은 넘친다. 손아섭은 "어렵다고 목표가 없으면 되겠나. 손아섭이니까 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목표를 세운 이유가 있다. 사실 손아섭은 2012 시즌을 앞두고 비슷한 수치의 목표를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다. 15홈런 83타점의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봉와직염 부상이 오래가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할 수 없어 운동량이 부족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3번 타순에 고정된 것도 아니었다. 2번 내지는 하위 타순에 배치돼 무조건 큰 스윙을 하기도 힘들었다. 손아섭은 "지난해에는 시즌 중반 아예 '안타에 초점을 맞추자'라는 생각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확실한 롯데의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부상 등의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시즌 롯데의 3번타자 자리는 처음부터 그의 몫이다. 20홈런 90타점이라는 목표, 그만큼 자신이 중심타자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팀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외야수들과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손아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꼭 출전하고 싶다. 현재 한국대표팀 외야에는 김현수(두산), 이용규(KIA), 이진영(LG) 등 컨택트 능력이 훌륭한 타자들이 즐비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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