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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분간 3편, 평일엔 드라마만 봐라?"…MBC 편성 불균형 심각

by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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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폐지, 폐지… 또 폐지다. MBC가 자사 프로그램에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12년 시트콤 명가의 대를 잇는 '엄마가 뭐길래'와 9년차 장수 토크쇼 '놀러와'가 갑작스럽게 폐지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강연승 퀴즈쇼Q'가 11일 단두대에 올랐다. 모두 시청률 부진 때문이다. 지난 달 말에 종영한 '일밤'의 '승부의 신' 코너와 이달 말에 종영하는 '나는 가수다2'까지 포함하면 1개월 동안 사망 선고가 내려진 프로그램이 무려 5개다. 이러다 'MBC'라는 방송사 간판 하나 말고는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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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편성표는 현재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다. 이달엔 대통령선거와 연말 특집 프로그램, 각종 시상식 등의 이벤트가 있어서 당장에 표가 나진 않겠지만, 내년 1월이면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빈 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러나 MBC는 "아직 후속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봐도, 후속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폐지부터 결정된 정황이 엿보인다. 이유는 단 하나다. 담당 부서가 아닌 MBC 최고경영진의 일방적 판단과 지시에 의해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MBC는 내년 3월에 일일드라마를 한 편 더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11일 공식화했다. 199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허준'의 리메이크작을 오후 9시대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MBC 창사기념식에서 김재철 사장이 "현재 '허준' 시즌2가 준비 중에 있다"며 "2013년에는 8시 '뉴스데스크' 이전에 젊은층을 위한 드라마가 편성되고 '뉴스데스크' 이후에는 공영성을 강화한 드라마가 편성이 될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9시대 시청률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2013년 3~4월이 되면 1등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결국 고정 시청층을 담보하는 드라마로 시청률 1등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더구나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도 없으니 어쩌면 눈앞의 이익 달성에는 효과적인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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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설 일일드라마로 인해 인해 오후 9시대 방송되던 프로그램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11월 개편 때 '뉴스데스크'의 8시 편성으로 인해 시간대를 옮겨온지 얼마 안 돼서 또다시 연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 과정에서 '엄마가 뭐길래'와 '최강연승 퀴즈쇼Q'는 간판을 내렸고, 'MBC 스페셜'과 '불만제로 UP'도 내년 3월 이전에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 지금처럼 시청률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 두 프로그램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불만제로 UP'의 경우 파업 기간 중에 한 차례 폐지설에 휘말렸던 터라 더욱 불안하다. 혹여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들이 이동해갈 자리에 있던 프로그램들 중 몇몇은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9시대에 40분짜리 일일드라마가 방송된 이후 10시 미니시리즈 방송 전까지 남게 되는 20~30분의 자투리 시간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치할 것인지도 과제로 남는다.

1등 탈환을 위한 MBC의 편성 정책은 심각한 불균형과 쏠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MBC를 보는 시청자들은 오후 7시대에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를 보고, 9시대에 드라마 '허준'을 보고, 또 10시대에 미니시리즈를 봐야 한다. 4시간 동안 드라마가 무려 3편이다. 평일 4~5일간 내내 말이다. 이 정도면 MBC를 드라마 채널이라 부른다 해도 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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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예능 부문은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퇴출 대상이 된 프로그램이 모두 예능인데다, 방송계 전체에서 예능의 시청률 저하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능의 주시청층인 젊은이들이 TV를 멀리하고 모바일이나 PC를 이용한 다시보기가 생활화된 결과다. 예능의 시청률 부진은 일개 방송국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MBC에서만 일방적인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MBC 파업 이후 비판 기능이 거세된 시사교양 부문도 축소되긴 마찬가지다. MBC의 간판이었던 'PD수첩'은 1월 17일 이후 무려 11개월간 장기 결방되다가 11일에서야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나 기존의 제작인력이 배제된 채 시용 PD와 대체 작가가 투입돼 제작이 진행되면서 'PD수첩'의 정통성을 해친다는 우려를 샀고, '대출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라는 주제 또한 시의성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PD수첩' 정상화는 사측의 명분 챙기기에 불과했던 셈이다. 시사교양 부문에 대한 MBC의 행태를 보면 공영방송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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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은 10일 임원회의에서 "내년 상반기에 1등을 회복하지 않으면 그만둘 각오로 일하겠다"고 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없을 것"라고도 했다. 지금처럼 엄혹한 분위기라면 콘텐츠 경쟁력을 회복하기도 전에 시청자들이 떠날 것이다. 그리고 김사장 본인이 말한대로 그의 임기는 내년 상반기에 끝날 것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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