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국프로농구 사상 감독으로는 처음 400승 고지에 오른 유 감독은 "곁에서 도와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프런트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광판에 과거 선수로 뛰었던 시절의 영상이 흐르자 유 감독의 눈가는 발갛게 상기됐다. 15년여를 사령탑 자리에서 외롭게 보낸 승부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유 감독과의 일문일답.
-400승 소감을 말해달라.
정말 쑥스럽다. 일단 아프지 않고 연습과 경기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내가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프런트와의 관계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감독에 대한 칼자루는 구단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단이 시키는대로 했으면 진작 그만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선은 확실하게 지켰다고 생각한다. 요구할 것이 있으면 합리적인 선에서 요구를 했다. 지금까지 트레이드나 FA 영입에 관해 프런트와 부딪힌 적은 없다. 그것이 중요하고 농구장 안팎에서 내 삶의 원칙이다. 아마 그게 장수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웃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신세기 빅스를 맡고 있었을 때다. 성적은 꼴찌이고, 뭔가 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됐다. 도통 답이 없고,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주위분들이 계셨다. 꼴찌라 하더라도 경기내용이 좋으니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들을 해주셨다.
-앞으로 몇 승까지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계약기간이 2년 반 남았는데, 최소한 팀성적을 위해서 해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운이 좋아 재계약을 또 하게 된다면 그 첫 해에 500승을 하고 싶다.(웃음)
-임근배 코치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임 코치와는 수많은 것들을 함께 해왔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모든 행실을 조용하고 묵묵히 해나가는 임 코치 덕분에 나도 잘 할 수 있었다. 뒤에서 날 정말 잘 보필해줬다.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철학이 있다면.
회사원들이 출근하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져야 하듯이 선수들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코트에 나와서 그 시간에 열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모자라면 필요한만큼 연습을 해야 한다.
-나중에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나.
선수들은 나에 대해 정이나 뭐 그런 것은 안남을 것 같다.(웃음) 워낙 혼도 많이 내고 닦달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농구만큼은 제대로 배웠던 감독으로는 남고 싶다.
울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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