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는 장기레이스다. 정규리그는 11월 시작해 내년 3월까지 팀당 30경기를 소화해야만 한다.
모든 팀들의 목표는 정규리그 1위다. 1위를 차지한다면 2,3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하게 싸울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체력 보충과 전술 다듬기가 가능하다.
탄탄한 경기력은 기본이다. 문제는 모든 팀들의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을 때다. 올 시즌이 그렇다. KEPCO와 러시앤캐시를 뺀 4개 팀들의 경기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이럴 때 다른 팀들과 차별화되려면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중요한 순간에 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그 무언가가 팀의 성적을 좌우한다.
삼성화재는 V-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0승 1패(승점 29)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독주는 예상밖이다. 슈퍼 외국인 선수 가빈이 팀을 떠났다. 여기에 국내 선수들의 나이도 많다. 이번 시즌만큼은 정규리그 1위가 힘들 것이라는게 주변의 평가였다.
삼성화재를 선두로 이끌고 있는 '무언가'는 바로 신치용 감독이다. 1라운드에서 신 감독은 '신들린 용병술'을 선보였다. 매 경기 승부처마다 신 감독은 김정훈과 고준용을 원포인트블로커로 투입해 재미를 봤다. 둘은 중요한 순간에 상대 주공격수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팀을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1라운드 전승을 거두었다. 신 감독 본인은 "그저 확률이 높은 쪽을 막았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배구팬들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2라운드 들어 신 감독은 새로운 묘수를 꺼내들었다. '경쟁 체제 구축'이다. 신 감독은 2라운드 이후 선발 라인업에 칼을 댔다. 석진욱이 타깃이었다. 공수에 모두 능한 석진욱은 삼성화재의 살림꾼이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노쇠화 기미가 보였다. 신 감독은 석진욱 노쇠화라는 변수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석진욱의 자리에 다른 선수들을 번갈아 가며 투입하기 시작했다. 원포인트블로커로 활용하던 고준용과 김정훈을 레프트로 돌렸다. 두 선수에게는 "석진욱을 넘어서라"고 주문했다. 두 선수간의 경쟁 심리를 이용했다. 두 선수는 서로 경기에 나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신 감독은 두 선수의 기량이 100% 들지는 않았다. 경쟁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
최귀엽이었다. 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러시앤캐시에서 뛰던 최귀엽을 데려왔다. 18일 KEPCO전에서 최귀엽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최귀엽은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신 감독은 KEPCO를 3대0으로 잡은 뒤 "최귀엽은 배구 이해도가 높다. 앞으로 출전시간을 늘려갈 생각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개적인 칭찬은 다른 선수들을 자극했다. 세 명의 선수들이 모두 선발에 들기 위해 불꽃튀기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화재 전체의 팀전력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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