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에 놀라는 부시먼은 이제 없었다.
흔히 부시먼이라고 알려진 산족은 아프리카 보츠나와와 나미비아 국경 지역에 살며 수풀에 숨어 독화살 하나만으로 사냥을 하는 세기의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나미비아 정부의 규제에 밀려 사냥터를 잃어버린 그들은 재연배우가 되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 앞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냥을 할 수 없는 사냥꾼 부시먼, MBC 다큐멘터리 '생존' 제작진이 카메라에 담아온 슬픈 현실이었다.
21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는 '생존'의 프롤로그편 '인간, 자연과 숨 쉬다'가 공개됐다. '생존'은 2008년 '북극의 눈물'을 시작으로 '아마존의 눈물'과 '아프리카의 눈물', '남극의 눈물'로 이어진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대작 다큐멘터리다. 매마른 아프리카 사막의 힘바족과 부시먼(산족), 영하 50도의 동토 알래스카의 원주민 이누피아트의 모습을 번갈아 비추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대해 묻는다.
아프리카 편을 연출한 최삼규 교양제작국 부국장은 부시먼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제작진의 고뇌를 털어놓았다. 그는 "아프리카라고 하면 부시먼을 흔히 떠올리지만 사실 영화에 나온 건 모두 연출"이라며 "우리가 찾아간 나미비아 대부분의 지역이 사냥금지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절반은 민속촌에서 관광객에게 풍속을 보여주면서 살고 있고, 그것조차 여건이 안 되는 절반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지역에서 사냥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시먼들의 전통적인 사냥법은 민속촌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재연배우로 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굉장히 슬펐다"고 고백하며 "부시맨의 허상과 실상을 다 보여주고 싶어서 양쪽의 삶을 모두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황성만 촬영감독은 "민속촌에 살아가는 부시먼들은 체력이 약했다. 사냥하러 가는 길에도 중간중간 쉬고 낮잠도 2시간씩 잤다. 사냥을 보이는 목적으로만 해서 전통이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사냥만 하면서 살고 있는 부시먼들을 만났는데,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을 줄 알았다가 엄청나게 걸었고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최 부국장은 "특이하게 옷을 입고 특이한 생활을 하는 힘바족이나 부시먼 모두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낀다. 저들의 삶에 녹아들어가 지켜본다면 '생존' 다큐멘터리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생존'은 오는 26일 오후 8시 50분 프롤로그 방송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총 5편이 방송된다. 1부와 2부 '북극해의 고래 사냥꾼, 이누피아트'는 1월 16일과 23일 방송되며, 3부와 4부 '사막 최후의 원시인, 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은 1월 30일과 2월 6일 차례로 전파를 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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