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3·스완지시티)의 선발 출전 여부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기성용이 '선배' 박지성(31·QPR)이 활약했던 맨유를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또 가가와 신지(맨유)와의 한-일 맞대결이 성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일 뿐이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가가와는 이날 출전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아직 복귀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 역시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기성용은 생애 첫 맨유전을 벤치에서 맞이했다.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그동안 꾸준히 선발 출전해 온 기성용 대신 중앙 미드필더로 브리튼-아구스틴 조합을 꺼내 들었다. 기성용은 후반 16분 브리튼과 교체 출전해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라우드럽 감독의 이같은 결정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기성용은 최근 토트넘전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후반 30분 교체 아웃됐다. 피곤해 보였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투지로 맞서지 못했다.
라우드럽 감독이 올시즌 스완지시티에 입단해 매 경기 풀타임 활약한 기성용이 지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보다 더 강한 압박을 선보일 맨유전에서 지친 그가 중원에 포진한다면 자칫 허리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도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기 회장은 맨유전을 앞두고 "성용이가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새 경기를 보면 많이 피곤해 보인다.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아구스틴은 올시즌 리그에 한 번도 선발 출전한 적이 없다.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라우드럽 감독의 결정은 적중했다. 아구스틴은 중앙에서 차분한 공수조율은 물론, 날카로운 패스로 스완지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영국의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는 아구스틴에게 "중원 전쟁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양 팀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스완지시티는 아구스틴의 활약 속에 선두 맨유를 상대로 승점 1을 추가했다.
기성용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친 상태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많이 뛰어줘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동량이 줄어든다면 팀 전체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팀을 위해 라우드럽 감독이 전격적으로 기성용을 벤치에 앉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기회에 기성용도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의 맨유전 교체 출전은 팀을 위해서나 기성용을 위해서나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듯 하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스완지시티는 오는 27일 레딩 원정부터 3일 간격으로 3경기(풀럼, 애스턴 빌라)를 잇따라 치러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가오는 박싱데이다. 10위권 내 진입을 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할 상대들이기에 라우드럽 감독이 최정예 멤버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한 기성용은 여전히 라우드럽 감독의 선발 카드 1순위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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