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 친구야. 네 몫까지 내가 해낼게.'
88년생인 KIA 양현종(24)은 우리식으로 따지면 25세, 20대 중반의 청년이다. 프로에 2007년 입문했으니 사회 생활도 벌써 6년차. 한창 혈기왕성하고, 거칠것없는 청춘이다. 게다가 특유의 뽀얗고 잡티하나 없는 얼굴은 영락없는 철부지 귀공자처럼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양현종은 사실 정이 많고 의리 넘치는 사나이다.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의 기쁨보다 외국인 선수로 고작 한 시즌을 함께 했던 옛 동료의 임종을 가슴 아파하며 인터뷰 도중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자다. 또 친구의 갑작스러운 임종 소식에 광주에서 서울로 한달음에 달려와 빈소를 사흘 밤낮 꼬박 지킨 의리남이다. 2010년 6월 2일 대구 삼성전에서 첫 완봉승을 거둔 직후 2008년에 한솥밥을 먹었던 호세 리마를 추모하며 눈물을 훔쳤던 양현종은 고(故) 이두환의 빈소에서 상주 역할까지 도맡았다.
어찌보면 성공의 길만 걸은 것이 아니라 깊은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슬픔에 더 쉽게 공감하는 지도 모르겠다. 양현종은 2007년 2차 1지명으로 2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KIA에 입단했다. 그러나 처음 2년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제구력 난조로 인해 2008년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런 시간을 겪어내며 양현종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2009년 12승과 2010년 16승(팀내 최다승)을 달성하며 '왼손 10승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도 손쉽게 해결됐다. 그런데 이 성공의 순간에 또 좌절이 찾아왔다. 2011년부터 어깨 통증과 제구력 난조 문제가 겹치면서 다시 추락한 것이다. 올해에도 스프링캠프 때 어깨 통증이 발생하는 등 초반부터 힘겨운 시간을 보낸 끝에 결국 28경기에 나와 1승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5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다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 누구못지 않게 성실하게 임하며 몸 만들기에 매진한 것이다. 그런 양현종을 두고 KIA 선동열 감독은 서슴없이 "내년 마운드의 핵심 열쇠"라고 말한다. 오른손 투수 일색인 선발라인데 왼손 선발요원인 양현종이 가세하게 되면 팀의 경쟁력이 한층 더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양현종이 살아나면 KIA는 또 하나의 날개를 얻는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타팀의 코칭스태프도 양현종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A팀의 한 코치는 "올해도 강했지만, 내년에도 KIA 선발진은 막강하다. 거기에 양현종까지 10승급 선발로 가세하게 된다면 그 위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 역시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얼마 전 친구 이두환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며 양현종은 친구 앞에서 더 당당해지기로 결심했다. "올해는 부끄러운 시즌이었지만, 내년에는 정말 제대로 한번 활약해보겠다"며 팀의 희망이 될 것임을 약속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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