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뛸 선수가 없다."
프로 스포츠 감독들이 가끔 "뛸 선수가 없다"는 말을 꺼낼 때가 있다. 물론 엄살 섞인 반응이 대부분일 때가 많다. 다른 팀에 비해, 그리고 자신이 구상하던 팀 전력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를 애둘러 표현하는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KGC 이상범 감독이 최근 "뛸 선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는 것은 정말 엄살이 아니다. 선수들의 이어지는 부상 소식에 KGC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감독은 26일 센터 김일두의 수술 소식을 알려왔다. 이 감독은 힘 없는 목소리로 "김일두의 왼 무릎 반월판이 손상됐다.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술대에 오르는 김일두는 8주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이 순조롭게 잘 이뤄졌을 경우 8주라는 얘기다. 사실상 정규시즌 출전은 물건너갔다. KGC가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그 때쯤 출전을 타진해볼 만한 상황이다.
김일두의 낙마는 KGC에 치명타다. 외국인 선수 키브웨 트림을 제외하고는 센터가 없다. '괴물신인' 오세근이 일찌감치 발목수술로 시즌을 접은 가운데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던 연세대 출신 신인 김민욱이 족저근막염으로 3개월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김광원은 엔트리에 자리가 없어 시즌 전 유소년 농구교실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고군분투하던 김일두마저 쓰러졌다. 엔트리에 정말 센터로 뛸 선수가 없다. 이 감독은 "신인 최현민을 4번(파워포워드)로 종종 투입하는데 3번(스몰포워드) 출신인 현민이가 포지션 소화를 어려워 한다"며 "또다른 외국인 선수 후안 파틸로는 골밑 요원이 아니다. 방법이 없다. 주전 스몰포워드인 양희종을 4번으로 내려야 할 지경에 처했다"고 밝혔다.
김일두 뿐 아니다. 베테랑 김성철은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백업가드 박상률은 시즌 전 다친 무릎이 좋지 않다. 은희석도 무릎 수술 후 재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는 않지만 정휘량도 여기저기 부상이 많다. 이 감독은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국내선수가 다해서 8명"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 차민석, 정휘량에 신인 최현민, 김윤태, 이원대가 전부다. 냉정히 봤을 때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을 제외하고는 감독으로서 믿고 오랜 시간 투입할 선수가 없는 지경이다.
진짜 큰 문제는 당장 뛸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다.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 이 세 명의 주전선수의 출전시간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고 체력적인 과부하가 걸릴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승패도 중요하고 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가장 걱정되는건 세 선수에게 심리적, 체력적 부담이 이어지면 부상이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라며 "최근 정말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을 생각하면 무리를 시켜서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독으로서 최소한 프로다운 경기를 펼치려면 세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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