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운이 없는 SK에 닥친 또한번의 시련일까. 아니면 좋은 시즌을 기약하는 액땜일까.
SK가 새롭게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덕 슬래튼이 한국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SK 관계자는 8일 "슬래튼의 에이전트가 7일 구단에 전화를 해 슬래튼이 한국에 오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통보다. SK 관계자는 "슬래튼이 심리적인 문제로인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현재 정확한 진위여부를 가리고 있다. 슬래튼이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이 확실해질 것에 대비해 이제 대안을 강구 중"이라며 슬래튼과 계약해지가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슬래튼은 SK 이만수 감독이 불펜 보강을 위해 영입한 왼손 불펜 요원이다. 선발이나 마무리 요원으로 데려오던 외국인 투수와는 달리 슬래튼은 SK의 팀 사정상 꼭 필요했던 왼손 셋업맨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홀드왕을 차지했던 박희수가 정우람의 군입대로 구멍난 마무리 자리를 맡고 슬래튼이 박희수의 자리였던 셋업맨으로 나서는 게 이 감독의 기본 구상이었다. 그러나 슬래튼의 갑작스런 한국행 불발로 인해 SK는 마운드 구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성 준 투수코치는 "아침 미팅 때 얘기를 들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럽다"면서 "어떻게 보면 스프링캠프나 시즌 초반에 이런 일이 안일어나고 지금 발생한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슬래튼의 기량이나 스타일을 볼 때 셋업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였다"는 성 코치는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모르겠지만 그에 또 맞춰서 마운드를 짜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SK로선 지난시즌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던 마리오가 당장 데려올 수 있는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해 부상 경력이 있던 로페즈를 영입했다가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SK는 무릎이 좋지 않은 마리오에 대한 걱정이 남아있다. 특히 마리오가 지난해 후반기에 무릎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한 점은 지금 마리오의 상태가 좋다고 해도 시즌 중에 똑같은 일을 또 겪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SK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SK의 외국인 투수 3명이 거둔 승수는 겨우 13승(마리오 6승, 부시 4승, 로페즈 3승)이었다. 넥센의 나이트(16승)나 삼성 탈보트(14승)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른 팀이 정상급 외국인 투수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비해 SK 외국인 투수의 성적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선수로 정규시즌 2위의 성적을 거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호준의 이적과 정우람의 입대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 SK는 외국인 투수로 돌파구를 찾으려했고 이를 위해 크리스 세든과 덕 슬래튼 2명의 왼손 투수를 영입하며 희망을 가졌다. 허나 슬래튼의 갑작스런 낙마로 인해 다시한번 SK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올해는 SK가 외국인 투수 덕분에 웃을수 있을까. 이만수 감독에게 외국인 선수는 아직까진 걱정 뿐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