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쓰나미처럼 객석을 압도하는 뮤지컬 '레베카'
'레베카'는 굉장히 '공격적인' 뮤지컬이다. 2시간 30분 내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대다수 뮤지컬이 관객을 살살 달래가며(?) 판타지의 세계에 빠지게 하는 반면, '레베카'는 무지막지한 에너지파를 끊임없이 날린다. 무대에서 생성된 강력한 쓰나미가 객석을 강타하는 느낌? 커튼콜이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올 때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먼저 대규모의 정교하고 화려한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승호 디자이너가 만든 세트는 20세기 초 영국 귀족의 저택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로맨틱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꼼꼼하게 반영했다. 수많은 초상화를 비롯한 각종 소도구를 세밀하고 빽빽하게 배치해 죽은 레베카의 망령이 어디엔가 숨어있는 듯한 불안함을 조성한다. 아울러 무대의 외곽까지 세트를 확장해 공연장인 LG아트센터 내부의 다크컬러와 조화를 이루게 했다. 공연장 전체가 작품의 배경인 맨덜리 저택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몬테카를로의 호텔에서 저택으로 변하는 무대 메커니즘도 정교하고, 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파도치는 바닷가의 영상은 불안의 심리를 극대화한다. 마지막에 불타오르는 저택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거대한 세트가 드라마를 따라 시시각각 변하면서 함께 꿈틀대는 듯 하다.
류정한 옥주현 임혜영 세 배우의 에너지 역시 작품을 이끄는 힘이다. 특히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이 바다가 보이는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람에 흔들리며 테마곡 '레베카'를 부를 때면 전율이 느껴진다. 고음역대를 오가며 레베카를 그리워하며 절규하는 이 장면은 되풀이되며 강력한 임팩트를 발산한다. 옥주현이 왜 악역으로 캐릭터 변신을 했는지 이해되는 대목.
류정한은 역시 관록의 배우였다. 낮게 깔리는 중저음의 명료한 발성으로 과거의 아픔에 괴로워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막심'을 뚝심있게 연기한다. '나'를 연기한 임혜영은 평범한 아가씨에서 도전에 맞서 싸우는 귀부인으로의 변신을 아름답게 소화하며 차분함의 균형을 맞춘다.
음악과 대본 외에 무대와 의상, 안무 등은 모두 한국 공연을 위해 재창작됐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영화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와 미하엘 쿤체(극본)에 의해 뮤지컬로 환생하고 서울에서 새옷을 갈아입은 셈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베스' '황태자 루돌프' 등에서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 르베이-쿤체 콤비는 '레베카'에서는 대중적인 감성을 살려 매력 넘치는 로맨틱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히치콕의 영화가 미묘한 심리의 동선을 따라가며 불안감을 조성했다면, 뮤지컬 버전은 거기에 에너지를 듬뿍 실어 한층 폭발력을 더했다. 반전이 많은 작품이라 줄거리를 모르고 보는 것이 낫다. 제작 EMK뮤지컬컴퍼니. 3월31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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