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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힐링인터뷰, 장미란 처럼 은퇴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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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표정의 롯데 주장 조성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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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37·롯데)이 돌아왔다. 2년 만에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으로 복귀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롯데가 떠오른다.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2%가 부족하다. 그래서 최정상 일보 직전에서 고배를 마시곤 했다. 화려한 꽃을 피울 것 같으면 어김없이 부상 같은 불운이 급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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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과 롯데는 상처받았다. 아픔을 달고 살아간다. 조성환은 베테랑이다.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날이 지금까지 한 날 보다 훨씬 적게 남았다. 롯데의 정신적 지주로 다시 돌아온 그를 보고 싶었다. 김해 상동구장으로 찾아갔다. 서울 충암중고 1년 후배 장성호가 싸온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잘 먹어야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장성호는 지난해말 한화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돈이 바닥에 깔려 있다. 잠이 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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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는 더이상 홍성흔도 김주찬도 없다. 홍성흔은 두산으로, 김주찬은 KIA로 제각각 떠났다. 롯데 야수쪽에 공백이 커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2013시즌 롯데 성적은 야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성환은 그런 시선을 뒤집었다. 야수쪽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전력이 보강된 투수들을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투수쪽은 이미 계산이 나온 상황이다. 두산에서 전천후 카드 김승회, KIA에서 홍성민이 왔다. 둘은 홍성흔, 김주찬의 보상 선수다. 조성환은 "우리 야수들은 투수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이다. 투수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면서 "우리는 이제 방망이로 두들겨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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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롯데 타자들이 놀고 있을 수는 없다. 조성환은 후배 야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우리 롯데는 지금 돈이 바닥에 깔려 있는 상황이다. 다른 팀 같았으면 홍성흔 김주찬이 다른 팀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판이었다. 지금 롯데 타자들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잠이 오면 안 된다." 그의 말은 프로 세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했다. 그에게도 예외는 없다. 조성환의 주 포지션은 2루수다. 주장이라고 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후배 박준서 등과 주전 경쟁이 예고돼 있다. 조성환은 "주장이랍시고 내 자리에 도장 찍어 놓은 거 없다. 난 내 자리를 차지하는 후배에게 박수를 쳐줄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그냥 질 수는 없다"고 했다.

롯데는 강해지고 있다, 단기전에서 더 강해지려면 슈퍼 에이스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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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난해 정규리그 4위,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꺾은 다음 SK에 져 한국시리즈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은 극도로 부진했다. 꼴찌를 밥먹듯 했다. 롯데가 다시 4강권으로 올라온 건 2008년부터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3년 동안, 양승호 감독이 지난 2년간 롯데를 계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권을 맴돌았다. 일부에선 이게 롯데의 한계라고 말한다.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환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롯데가 조금씩 진화하면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강팀이 돼 가고 있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동안 롯데에는 이대호(오릭스) 강민호 같은 색깔이 강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주장을 하면서 이대호 강민호가 톱스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신의 색깔을 버리고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봤다. 지난해 토종 에이스 송승준을 보면서도 이제 롯데 선수들이 개인 성적이 아닌 팀을 가장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지난해 송승준이 잘 던지고도 야수들이 도와주지 못해 승리를 날린 게 한두 경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송승준이 어깨에 아이싱(얼음을 갖다대는 것)을 하고 나와 야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응원을 하는 모습을 봤다. 롯데가 달리 4강을 가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첫 시즌을 보낸 유먼도 마찬가지였다. 유먼은 야수들의 실책에 자주 흥분했다. 조성환은 홍성흔과 함께 유먼에게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말라고 다그쳤다. "모든 야수들이 승리투수를 만들어주기 위해 몸을 던지는데 실수 한 번 했다고 화를 내면 신뢰가 깨진다." 진심어린 충고에 유먼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조성환은 롯데 유니폼만 15년째 입고 있다. 아직 단 한 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었다. 롯데는 그의 말처럼 강해지고 있는 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최근 5년 동안 롯데는 단기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2008년)에 한 차례, 두산(2009년, 2010년)과 SK(2011년, 2012년)에 두 차례 나가 떨어졌다.

그는 롯데의 마지막 2% 부족한 걸 꼽자면 슈퍼 에이스라고 했다. "우리 투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기전에서 매경기 박빙이다. 강력한 1선발이 있다면 야수들이 좀더 마음 편하게 경기하고 또 실수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은퇴는 장미란 처럼, 도루 20개에 담은 의미

조성환은 선수 은퇴 전 팀 우승을 머릿 속으로 그려본다. '부산에서 우승하면 정말 난리가 나겠지'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다가도 바로 현실로 돌아온다. 그의 올해 나이 37세. 올해말 롯데와 계약이 종료된다. 자칫 잘못하면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다. 몸이 예전 처럼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건 천하의 이승엽(37·삼성)도 마찬가지다.

조성환은 시즌 전 수치로 목표를 잘 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정했다. 도루 20개. 타율 3할, 홈런 몇 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신 도루 20개에 모든 의미를 담았다. "내 나이에 도루 20개면 거의 전경기를 몸이 아프지 않고 뛰어야 가능하다. 도루 20개 근처에 도달하면 타율과 홈런 타점은 자연스럽게 따라서 나올 수밖에 없다."

조성환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8라운드 57순위로 입단했다. 2003년 타율 3할7리를 치면서 반짝했지만 2004년 병역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내리막을 탔다. 군복무 등으로 3년여의 공백을 깨고 2008년 돌아왔다. 2009년 SK 채병용의 공에 왼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그 여파로 시력이 떨어졌고, 안경을 썼고 시력 교정 수술까지 받았다. 2010년 3할3푼6리로 최고 정점을 찍었던 타율은 이후 2할4푼3리(2011년), 지난해 2할7푼8리로 떨어졌다.

그는 최근 세계 최고 역사였던 장미란의 은퇴를 유심히 봤다.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큰 박수를 보냈다. 조성환은 자신도 등떠밀려서가 아닌 스스로의 결정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도루 20개를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번 시즌 해보고 안 되면 벗는 것이다"라며 "그동안 내가 흘린 땀의 보상을 뭐로 받고 싶냐고 한다면 은퇴시기는 제가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환은 올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던 2008년의 그 타올랐던 눈빛을 다시 찾고 싶다고 했다.

3년 놀 때 단돈 10만원이 수중에 없었다

조성환은 2011시즌을 마치고 2년 총액 7억5000만원이라는 초라한 FA 계약을 했다. 그의 인생은 잘 될만하면 꼭 나쁜 일이 닥쳤다. 그는 욕심을 부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조성환은 공백기에 주머니에 돈 10만원이 없었다. 그래서 큰 아들(영준)에게 변변한 자전거 하나를 못 사줬다. 형편이 나아지고 난 후 둘째 아들(예준)은 완구점 수준의 장난감을 사줬다.

그는 같은 또래인 이승엽이나 홍성흔 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4년간 함께 뛰었던 홍성흔은 두번째 FA 대박을 터트리며 친정으로 돌아갔다. 조성환은 홍성흔의 돈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홍성흔의 돈은 내 것이 아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 있다. 야구 선수은 야구를 잘 하는 게 돈을 제일 쉽게 버는 방법이다. 야구 유니폼을 벗었을 때 한바탕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만이다."

조성환이 있어 롯데는 든든하다. 조성환 같은 선수 10명만 있으면 천하의 명장도 필요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김해=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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