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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7년만에 만난 '연고이전 악연' 제주와 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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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근 부천 감독(왼쪽)과 박경훈 제주 감독이 경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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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시즌 전 연습경기였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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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양 팀의 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전부터 몰려왔다. 인터넷 생중계도 붙었다. 이례적으로 경기전 양 팀 감독들의 인터뷰도 있었다. 홈팀 구단 사장과 원정팀 연고지 시장도 달려왔다. 분위기만큼은 FA컵 결승전 그 이상으로 뜨겁고 의미심장했다. 26일 오후 제주 서귀포 제주 클럽하우스에서는 제주와 부천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연고이전'이라는 악연으로 엮여 있다. 제주의 전신이 바로 부천 SK다.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부천에서 공을 찼다. 부천 팬들은 열정과 사랑으로 부천 SK를 응원했다. 2006년 초 부천 SK는 부천을 버렸다. 제주로 옮겨갔다. 부천팬들의 마음 속에는 깊은 상처가 패였다. 팬들이 직접 구단을 만들었다. 2007년 12월 부천 FC 1995를 만들었다. 1995는 부천 팬들이 처음 모인 해였다. 2008년부터 3부리그격인 챌린저스리그에 참가했다. 5년간 약 2억8000여만원의 흑자도 냈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부천은 2부리그에 참여하게 됐다.

제주의 산토스가 부천 수비진에 에워싸여 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부천 팬들은 FA컵 혹은 1부리그 경기에서 정식으로 제주를 만날 그 날만을 꿈꿨다. 꿈 속 경기 결과는 물론 '승리'였다. 부천 팬들이 꿈꿔온 최고의 '복수'였다. 그런 부천 팬들에게 이번 연습경기는 예상 밖이었다. '너무 일찍' 만났다. 연습경기였기에 '너무 초라'했다.

부천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부천은 제주도 전지훈련 중이다. 대학교팀들과 20세 이하 대표팀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가졌다. 1부리그팀들의 경기력을 느낄 기회가 필요했다. 대전과 접촉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다. 제주도에 남아있는 1부리그 팀은 제주가 유일했다. 곽경근 부천 감독은 선배인 박경훈 제주 감독에게 연습경기를 요청했다. 박 감독은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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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과 제주의 연습경기 소식은 축구팬들 사이 큰 이슈였다. 부천 팬들 역시 아쉬움을 뒤로 했다. 이 날 30여명의 부천팬들이 서귀포로 날아왔다. 혼자부터 온 가족이 함께 온 팬도 있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한기천 부천시의원 등 5명의 시의원과 함께 왔다. 김 시장은 "부천 FC는 부천 시민들을 하나로 묶을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다"면서 큰 관심을 드러냈다.

김만수 부천 시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홈팀 제주는 당초 김 시장과 시의원들의 방문 소식에 이번 연습경기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려고 추진했다. 하지만 경기장 내 잔디 생육 기간이어서 무산됐다. 변명기 제주 사장은 직접 연습경기장을 찾아 김 시장과 시의원들을 맞이했다. 제주의 팬들 300여명도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평소 연습경기에 20~30여명 정도가 찾은 것에 비하면 큰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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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감독들은 예상 밖 큰 관심에 부담스러워했다. 곽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1부리그 팀이 어떤지 체험하게 하려고 경기를 잡았는데 일이 커져버렸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연습경기니까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패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송진형 권순형 산토스 페드로 마다스치 등 주전 선수들을 선발로 투입했다. 선수들에게도 "초반에 패스 속도를 끌어올리고 압박도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습 경기 후 부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경기는 치열했다. 관중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응원과 야유의 목소리도 들렸다.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제주가 앞섰다. 투지에서는 부천이 앞섰다. 후반 종료 직전 박동혁의 헤딩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자 주심에게 강력항의하기도 했다. 제주가 2대1로 승리하며 1부리그팀의 체면을 유지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모두 미소지었다. 박 감독은 "우리 훈련 성과를 잘 체크했다. 부천도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부천이 승격해서 1부리그에서 라이벌전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곽 감독은 "좋은 경기였다.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음번에 FA컵이나 정규리그에서 제주를 만나게 된다면 이기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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