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박재홍(40)은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 후 '30(홈런)-30(도루)'이 7차례 나왔는데, 박재홍 혼자서 세번이나 달성했다. 박재홍 스스로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으로 '30-30 클럽'을 꼽을 정도로 박재홍만 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는 통산 200(홈런)-200(도루) 클럽에 가입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통산 300홈런을 쳤지만 도루는 267에서 멈춰 300-300 클럽 달성은 이루지 못하고 은퇴를 하게 됐다.
박재홍은 25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SK의 코치연수 제의를 뿌리친 것도 300-300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도루가 33개 모자라는데 그것 때문에 아쉽다"고 했다.
박재홍 같은 스타일의 타자는 상대 투수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타석에서는 홈런이 두렵고 주자로 나가면 도루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함부로 승부를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를 보면 박재홍처럼 홈런을 때려내고 도루도 잘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20-20클럽은 더러 나오고 있지만 30-30클럽은 박재홍이 지난 2000년 세번째로 달성한 이후 12년간 나오지 않았다. 야구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홈런수가 줄어들었고, 도루 역시 투수들의 퀵모션과 포수들의 2루 송구 능력이 향상돼 20개 이상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통산기록 역시 박재홍이 독보적이다. 박재홍의 기록을 위협할만한 선수가 전혀 없다. 92학번 황금세대 중 유일하게 현역선수로 남은 송지만(넥센)이 309홈런-165도루로 200-200가입에 가장 가깝다. LG 이병규도 153홈런-144도루로 2∼3년간 꾸준히 활약한다면 200-200클럽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박용택(136홈런-260도루), 이진영(136홈런-96도루), 정성훈(127홈런-86도루)도 호타준족의 선수들이지만 박재홍의 기록과 차이가 크다.
다행히 지난해엔 3명이 20-20클럽에 가입했다. 넥센 강정호와 박병호, SK 최 정이다. 지난 2009년 클락(히어로즈), 신명철 강봉규(이상 삼성) 등 3명이 탄생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20-20이었다. 그러나 강정호와 박병호는 발이 빠르다기보다는 상대의 견제가 느슨한 틈을 노려 도루를 시도하는 스타일로 매년 20개 이상의 도루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박재홍이 후계자로 꼽은 선수는 최 정이었다. 박재홍은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데드볼만 줄인다면 충분히 30-30클럽이 가능한 선수"라고 했다. 최 정은 지난해 26개의 홈런과 20개의 도루를 기록해 데뷔 첫 20-20클럽을 달성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126홈런-88도루를 기록 중이다. 장타력이 향상되고 있고, 발도 빨라 매년 20-20클럽이 가능하다는 평가. 특히 20-20클럽에 가입하며 경험을 쌓아 30-30클럽도 도전할만하다.
박재홍은 "30-30클럽을 한번 달성하면 노하우가 쌓여 통산 300-300클럽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정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사구가 많은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정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20개 이상 사구를 기록했다. 박재홍은 사구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박재홍은 "공에 맞으면 정말 아프다. 맞는 부위에 따라서는 타격이나 주루, 수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정이에게도 사구 1개를 맞을 때마다 타율 1리가 떨어진다고 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기록을 깨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 주인공이 누가 될까. 아직은 후보조차 보이지 않는다. 박재홍의 기록이 더욱 커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박재홍이 지난 2005년 200홈런-200도루를 달성한 장면. 아직 한국 프로야구엔 박재홍 이후 200홈런-20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없다. 전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