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가 각종 시상식을 싹쓸이하고 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 출연한 그녀는 지난 27일 미국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을 포함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 라스베이거스 영화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전미비평가위원회 앙상블연기상,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여우조연상 등 지금까지 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는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관왕에 오른 앤 해서웨이의 얼굴을 밝았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살아온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 엄청난 여배우들 사이에서 나를 뽑아줘서 감사하다"며 감격에 찬 소감을 남겼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할리우드 톱스타 앤 해서웨이가 주연상도 아닌 조연상에 왜 그렇게까지 감격을 할까 하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에선 조연상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국내의 각종 시상식을 진행하다 보면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분류'되는 것에 섭섭한 감정을 갖는 배우들이 종종 있다. 조연상을 수상하는 것보다 주연상의 후보로 노미네이트되는 것에 더 의미를 둘 때도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주연이라 생각하고 해당 작품을 마쳤는데 나중에 조연으로 분류가 되면 섭섭한 부분이 분명 있다. 또 한 번 조연으로 인식이 굳어지면 앞으로도 계속 주연을 맡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하다면 시상식에서도 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의 경우, 조연상을 'Best Supporting Actor'라고 표현해 뒷받침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가장 잘 한 배우란 뜻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내에서도 도울 조(助) 자를 쓰긴 하지만, 문화적 차이나 어감의 차이상 '주인공이 아닌 사람' 또는 '비중이 적은 사람'의 의미가 느껴진다.
어떤 배우를 주연으로 분류할지, 조연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각종 시상식 측의 고민은 사실 지난해부터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집단 주연'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면서부터다. '도둑들', '이웃사람' 등이 그랬다. 모두가 주연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다 보니 주연과 조연을 구분짓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과 '연가시'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문정희는 주연과 같은 조연으로 관심을 받았던 배우들이다. 비중도 컸고 연기도 뛰어났지만, 다른 배우들을 돋보이게 해줬다는 부분에서 더욱 빛이 났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주연인 이선균과 '연가시'의 주연인 김명민은 주연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만큼 류승룡과 문정희의 조연으로서의 역할이 뛰어났다는 얘기다. 이 두 사람이 조연상을 받았다고 해서 '주연보다 부족한 배우', '비중이 적은 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주연 혼자의 힘으로 작품이 완성되진 않는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누군가는 다른 배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할 터. 경우에 따라선 조연의 역할이 주연 이상으로 중요할 때가 많다. 국내에서도 조연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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