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의 제맛이라면 그들이 종종 까먹는 고품격 뮤직 토크쇼라는데 있다. 김구라의 부재가 더욱 안타까웠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알고 있던 음악적 지식과 프로그램에서 다루던 음악 소재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나마 윤종신이 있었기에 믿음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품격이라고까지 치켜세워줄 만큼 보여주지 않은 음악 이야기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원성을 살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라디오스타>가 칭찬을 받는 이유는 '김현식 추모 특집'이나, '김광석 추모 특집'을 할 수 있는 본연의 프로그램 특징이 있다는데 위안 삼을 수 있다.
추모 특집 방송은 그 사람을 추억한다는 소중함도 있겠지만, 시청자에게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다는데 더 큰 소중함이 있다. 게다가 살아 있을 제 가장 친하다고 했던 이들이 그를 추억하고 자신이 겪은 그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모든 이의 눈시울이 붉어져 어느새 그렁그렁한 눈물을 맺히게 한다.
김광석의 노래는 하나의 시이며, 그의 노래는 영혼을 울리는 감성이었다. 대중들이 기억하는 김광석은 그를 사랑한 지인들의 감정이나 매한가지 다를 게 없다. 노래 한 소절에 인생을 논할 수 있는 가수. 노래 한 자락에 서글펐던 마음을 훌훌 털 수 있게 만드는 가수가 있다는 소중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가 세상을 떠났어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노래를 통해서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가 반복돼도 김광석이란 이름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우리 역사의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김광석과 둘도 없는 친구였던 박학기의 기억 속 모습들은 살아 있던 김광석을 만나는 듯한 기분을 줬다. 한동준은 김광석과 노래로 엮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소중한 기억을 시청자와 공유했다. 조정치와 홍경민은 같은 무대에 서지 않았지만, 늘 그리워하던 선배를 향한 동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한동준은 세상을 떠난 김광석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의 영상 편지를 보냈다. "거기 잘 있지?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소주 한 잔 먹고 싶다. 항상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내가 죽을 때까지 내 곁에 있다가 만나서 꼭 한잔하자."라는 말은 아직도 떠나 보내지 못하는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김광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박학기의 영상편지도 마찬가지. "잘 지내니? 내 휴대폰 속에 광석이 네 전화번호가 한 7년쯤 있었던 것 같아. 휴대폰 바꾸면 지워야 하는데 지워버리면 네가 서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데. 이제는 너를 떠올리면 슬픈 것보다 즐거워. 왜냐하면, 너 때문에 매년 이렇게 친구들이 같이 만나. 네 덕에! 그리고 얼마 전에 보니 만세 오토바이에서 작은 것 나왔더라. 네 발 닿겠더라. 잘 지내. 고마워"라는 말에는 지금 당장 떠나 보낸 그 마음이 배어 있었다.
조정치의 영상편지는 직접적인 인연은 아니었지만, 동경하는 선배에게 보내는 후배 가수의 무한한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박학기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삶의 길목길목에 조만간 제 마음에 파고들 노래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새로 김광석 형님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것. 즐겁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 또한 의미 깊은 말이 됐다.
그렇다. 그는 떠났어도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음악을 찾는 이가 새로 계속 생겨난다는 점은 그를 아는 세대로서 행복할 수밖에 없다. 그를 사랑하던 모든 이가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김광석을 떠나 보냈지만, 영원히 그의 음악은 살아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기다려줘>,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등병의 편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광야에서>, <일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타는 목마름으로>. 이 모든, 그리고 그의 모든 음악 한 곡 한 곡은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고품격 음악토크쇼 <라디오스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함이다. 지난 추억 속. 아니 마음속에 잠시 잠들어 있던 김광석을 <라디오스타>를 통해 그리워할 수 있었던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종신과 김구라 둘이 주고받던 음악적 정서 교류가 있었다면 이번 '라스'의 감동은 한층 더 배가 됐을 것이다. <김영삼 객원기자, 바람나그네(http://fmpenter.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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