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프로야구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들게 만드는 용어다.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면서도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경쟁으로 이뤄지는 프로야구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그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야 한다. 하지만 만약 해당 기간 동안 그 부족함을 채우지 못할 경우, 유망주는 곧 잊혀질 수 밖에 없다. 똑같은 혹은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데다 더 어린 유망주들이 매년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망주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다.
이런 냉혹한 '생존게임'은 전 세계 어느 리그에서든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규모가 조금 작거나 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가운데 역시 가장 큰 규모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 미국 메이저리그다. 매년 미국 본토를 포함한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야구천재'들이 '유망주'라는 이름을 달고 마이너리그에 몰려든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이 중 '빅리그'라고도 일컬어지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하는 선수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고 많은 유망주 가운데 한국인 이학주도 끼어있다. 현재 신분은 탬파베이 소속의 '마이너리거'. 그러나 이학주는 수많은 마이너리거 유망주 중에서도 상당히 장래성이 촉망받는 선수다. 이를테면 '블루칩 유망주'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가 선정하는 '메이저리그 100대 유망주'에 벌써 2년 연속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MLB.com의 신인 드래프트 및 유망주 분석 전문가인 조나단 마요 기자는 지난 25일(한국시각) '유격수 부문 유망주 톱10'을 선정하며 이학주를 9위에 올렸다. 쉽게 말해 이학주가 아직 정식 메이저리거가 아닌 선수 가운데 9번째로 성공가능성이 뛰어난 선수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이학주는 전 포지션을 망라한 '2013 유망주 100명' 중에서도 56위로 손꼽혔다. 참고로 이학주는 '2012 유망주 톱 100'에서는 전체 32위이자 유격수부문 5위로 뽑힌 바 있다.
수 백여 명의 유망주 가운데에서 2년 연속 '톱 100'에, 그것도 중위권으로 뽑혔다는 것은 확실히 이학주가 많은 가능성을 지닌 선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평가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럴만한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정도다. 그런 식의 기대를 받고서도 결국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해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한 선수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이학주 역시 이런 위험성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유망주'라는 뜻을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2년간 기대를 받았지만 메이저리그에 오르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선수'라는 뜻도 된다. 심지어 평가순위는 조금씩 떨어졌다. 1년 사이에 전체 포지션을 통틀어서는 24명,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4명의 다른 경쟁자들이 이학주보다 나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서두에 언급했듯 '유망주'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다. 길게 봐도 5년 안에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일류 외야수로 평가받고 있는 추신수도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해 마이너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뒤 빅리그에 모습을 보이기까지 5년이 걸렸다. 2005년 시애틀에서 10경기에 나서며 조금씩 빅리그에 익숙해진 뒤 2006 시즌 중에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됐다. 추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학주가 미국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08년이다.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이는 곧 늦어도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빅리그에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늦어지면 그만큼 뒤로 밀려날 뿐이다.
마요 기자는 이학주에 대해 "수비력만으로는 당장 메이저리그에 와도 손색이 없다"면서 "발이 빨라 도루 능력도 충분하다"는 좋은 평가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타격이다. 유망주에게 늘 부족한 2%가 이학주에게는 '타격'인 것이다. 2012년 마이너리그에서 116경기에 나와 2할6푼1리(475타석 124안타)를 기록했는데, 이 정도로는 빅리거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학주가 '그저그런 유망주'로 잊혀질 지, 혹은 올해 추신수 류현진에 이어 '제3의 빅리거'가 될 수 있을지는 오로지 그의 방망이에 달려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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