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모드리치.
크지 않은 키에 깡말라 보이는 체형. 겉으로 봤을 때는 눈에 뛰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달라진다. 언제나 볼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그가 있다. 날카로운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은 일품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 경기장의 모든 눈은 모드리치로 향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모드리치를 데려오기 위해 3300만 파운드(약 563억원)의 거금을 토트넘에게 선뜻 내놓았다. 허투루 쓴 돈이 아니었다.
6일 밤(한국시각)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모드리치는 70분 동안 뛰며 한국 축구를 유린했다. 감탄만 하거나 혹은 아쉬움만 표현할 새가 없다. 모드리치는 한국 선수들 특히 한국의 허리를 이끌고 있는 '기-구 콤비' 즉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꼭 넘어서야 할 선수다.
'기-구 콤비'와 모드리치는 개인의 운동 능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구 콤비 모두 발재간이 좋았고 많이 뛰어다녔다. 크로아티아의 강한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도 했다. 운동량이나 발재간 등 화려함 측면에서는 모드리치보다도 나았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결정적인 순간의 세밀함' 그리고 '냉정함'이었다. 이 두 가지는 기-구 콤비와 모드리치의 가치를 크게 차이나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구자철은 결정적으로 둔탁했다. 상대 수비를 따돌리기 위해 발재간을 부렸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전진이 아닌 옆으로 향하는 개인기로는 상대의 압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흥분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구자철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냉정함으로 경기를 이끈 모드리치와 비교됐다.
기성용은 경기를 읽는 눈이 아쉬웠다. 전반전에는 구자철과 함께 4-1-4-1 전형에서의 더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상대 허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전반 9분 크로아티아의 간담을 서늘하게한 헤딩슛을 날렸다. 하지만 전반 31분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결승골을 내준 이후가 아쉬웠다. 템포를 조절하며 경기를 이끌어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1골을 빨리 만회하겠다는 의욕이 지나쳤다. 팀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기성용은 한국의 0대4 참패를 막지 못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직접 맞부딪혀봤기에 모드리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과 비교할 수 있었고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구자철은 "유럽에 나와 강팀을 상대로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성용 역시 "크로아티아를 상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좀 더 조직적으로 팀이 움직여야할 것 같다고 느꼈다. 함께 노력해 발전한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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