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괴물'로 불렸던 마쓰자카 다이스케(33),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MVP 연속 수상에 빛나는 그가 11일(한국시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뉴욕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결국 마이너리그행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성과를 내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은 현재 마쓰자카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6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마쓰자카는 보스턴과의 6년 계약 마지막해였던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지난해 5월 마이너리그 조정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마쓰자카는 1승7패, 평균자책점 8.28을 기록했다. 떨어진 구위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빅리그 복귀 후에도 한때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지기도 했다.
마쓰자카는 팔꿈치 수술 후유증에서 벗어나 다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비관론과 긍정적인 전망이 모두 흘러나온다. 일부 일본언론은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투수가 수술 후 2년차에 성공한 예가 있다며 부활 가능성을 얘기했다. 그러나 2007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쓰자카는 첫해 15승, 2008년 18승으로 정점을 찍은 후 최근 4년 간 한번도 두자릿수 승을 거두지 못하고 총 17승에 그쳤다.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 구위가 떨어지고 완투 능력이 사라졌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시절 무쇠팔을 자랑했던 그가 30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 생이니 올해 나이 33세. 은퇴하기에는 분명히 이른 나이지만 전성기 때 타자를 압도했던 공끝에 힘이 실린 150km 직구, 커트패스트볼을 다시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성기가 지난 일본인 메이저리거. 이들에게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마이너리그행 외에 일본복귀라는 또다른 옵션이 있다. 비록 메이저리그 계약이 어렵더라도 화려한 명성이 살아있기에,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은 이들을 영입하고 싶어한다. 요코하마 DeNA가 요코하마고등학교 출신인 마쓰자카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고, 소프트뱅크스 호크스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에 복귀했을 경우 마쓰자카는 연봉 2억~3억엔(약 24억~35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을 거절했다. 새로운 팁을 찾아 나선 가운데 계약이 늦어지는데도 "지금까지는 좋은 환경에서만 야구를 했는데, 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메이저리그 복귀 의지를 나타냈다.
마쓰자카의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계약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지난해 마쓰이 히데키(39)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와 함께 일본야구를 대표했던 강타자 마쓰이. 그는 2011년 시즌이 끝나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FA로 풀렸는데, 뛸 팀을 찾지 못해 무적 상태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마쓰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말 탬파베이 레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그때도 이번 겨울 마쓰자카처럼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의가 이어졌지만 마쓰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더 뛰고 싶다"며 도전을 선택했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시 밟았지만, 뉴욕 양키스 시절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던 그 모습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34경기에 출전해 타율 1할4푼7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초라해도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누구도 마쓰이의 선택을 은퇴를 앞둔 선수의 욕심이라고 비웃지 않았다. 마쓰이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친정팀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일본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메이저리그를 고집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계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미련없이 은퇴를 결정했다.
마쓰자카는 마쓰이가 걸었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의 도전 정신은 확실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맛 본 이들에게 메이저리그는 돈이 아닌 꿈을 위한 무대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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