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한 번쯤 가 본 이들이라면 '여기가 이슬람 국가가 맞나'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느슨하다. 시내 상점이나 식당에서 스스럼 없이 술을 판매한다. 이슬람 사원에서 살라트(Salat·예배) 시간에 맞춰 쿠란 경전 읊는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져도 메카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이를 찾기 힘들다. 단, 돼지고기를 멀리하는 일은 철저히 지킨다. 쿠란에 적힌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구절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식당 어느 곳에서도 돼지고기 메뉴는 찾아볼 수 없다. 비 이슬람교도인 외국인이 공항 입국시 돼지고기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들고 올 경우 압류 내지는 호된 고생을 치른다.
김연경도 돼지고기 때문에 '왕따'를 당할 뻔한 사연이 있다. 김밥의 필수요소 중 하나인 '소시지' 때문이다. 페네르바체 이적 초기였다. 세계적인 실력을 앞세워 페네르바체의 에이스로 거듭난 김연경을 응원하기 위해 이스탄불 교민들이 김밥을 전달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음식으로 조금이나마 달래라는 따뜻한 격려의 의미였다. 김연경은 팬들의 마음을 나누고자 훈련장에 김밥을 들고 가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 그런데 김밥을 다 먹은 뒤 자리를 정리하던 터키 선수들이 김밥 안에 들어간 '네모난 붉은 재료'가 소시지인 것을 알아차리고 노발대발 했다. 이들은 김연경에게 "돼지고기 소시지가 아니냐, 일부러 우리에게 먹인 것 아니냐"며 윽박질렀다. 팬들이 보내준 선물을 감사한 마음으로 전달 받았던 김연경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매니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치킨 소시지'로 판명이 났지만, 터키 선수들은 "치킨 소시지가 어디 있느냐"며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몰아 붙였다.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나중에 한 선수가 '치킨 소시지' 임을 확인하면서 간신히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면, 김연경의 터키 스토리는 아름답지 못했을 것이다. 김연경은 "김밥 사건 이후 음식을 선수들에게 줄 때마다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 선수들에게 '너희는 왜 술은 먹으면서 돼지고기는 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돼지고기는 먹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술은 안 먹으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답하더라"고 웃었다.
김연경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겹살이다. '돼지고기 금지구역'인 터키에서 김연경은 어떻게 입맛을 달랠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스탄불에 딱 한군데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다. 그리스인 사장이 하는 가게다. 가끔 거기서 사와 집에서 구워 먹는다."
이스탄불(터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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