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아지면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얘기가 있다. 오래된 속설이다. 전혀 반대의 주장도 있다.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는 경기가 나쁠 때 오히려 치마가 길어진다고 주장했다. 치마 길이가 경기의 흐름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순 없을 터. 하지만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경기 선행지수로서 '어느 정도'의 의미는 지니는 듯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자. 치마길이와 드라마 시청률은 과연 상관 관계가 있을까?
드라마 주인공들이 대중에게 가장 먼저 얼굴을 비추는 것은 제작발표회를 통해서다. 방송을 앞둔 드라마를 홍보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의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겨야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여배우들의 화려한 의상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각종 드라마에서 노출신이나 애정신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경우가 있듯이, 제작발표회에서 여배우들의 의상 역시 드라마를 알리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다.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미니스커트는 여배우들이 애용하는 메뉴 중 하나.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여배우들이 제작발표회에서 입은 치마 길이를 비교해봤다. 과연 치마가 짧을수록 시청률이 높게 나왔을까? 아니면 반대일까?
시청률 50%를 육박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 '내딸 서영이'의 경우부터 보자.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엔 배우 이보영, 박정아, 최윤영 등 세 명의 여배우가 참석했다. '안타깝게도' 이보영은 이날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하지만 박정아와 최윤영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해 플래쉬 세례를 받았다. 특히 박정아는 아찔한 치마 길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약 "치마 길이가 짧을수록 드라마 시청률이 오른다"는 가설이 맞다면 '내딸 서영이'의 시청률 고공 행진은 박정아 덕분인 셈.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MBC 드라마 '마의'가 그렇다.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는 경기도 용인의 MBC 드라미아 세트장에서 열렸다. 시대극인 이 드라마의 배우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여배우들의 짧은 치마는 당연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마의'는 월화극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치마 길이와 전혀 관계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셈. 물론 제작발표회에서 출연배우 고준희가 늘씬한 각선미를 뽐냈던 '야왕'의 추격이 무섭긴 하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목드라마의 경우는 어떨까. KBS '아이리스2',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MBC '7급 공무원'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청률 싸움을 하고 있다.
치마 길이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여배우들이 가장 짧았다. 송혜교와 정은지가 짧은 의상을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아이리스2'의 이다해와 '7급 공무원'의 최강희는 무릎을 덮는 정도의 치마를 입고 제작발표회장에 입장했다. 치마 길이가 가장 짧았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수목극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치마 길이와 드라마 시청률 사이의 절대적 상관 관계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치마 길이가 여배우의 매력 발산의 도구로 쓰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은 미치지 않을까? 여주인공이 매력적일수록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를 볼 확률이 조금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 물론 가설은 가설일 뿐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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